[사회] '檢주축' 마약합수본도 폐지?…李도 "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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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던 정부·여당이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가 예정된 가운데 지난달 검찰을 주축으로 마약 범죄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키더니 검찰의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의 마약수사 역량이 꽤 있다”면서도 “수사·기소 분리 문제가 꼬여 판단을 잘 못 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출범한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를 두고 “길게 봐서는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마수청(마약수사청)을 만들거나 마약 수사부터 공소유지 또는 국제공조나 치료·재활하는 청을 만들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하자 나온 말이다.

정 장관이 거론한 합수본은 경찰, 해경, 세관 등 여러 기관에서 인력을 파견받지만 결국 검사가 주축인 조직이다. 인원도 42명으로 가장 많고, 사건 지휘와 처분(기소·불기소) 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본부장도 검사장급이 맡는다.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합수본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 행사를 문제 삼아 수사·기소권 분리를 명목으로 검찰청 폐지를 추진하자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공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마약범죄 외에도 검사들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수단 ▶가상자산범죄 합수단,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수단,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 합수단도 검찰청 폐지 시 연쇄적인 폐쇄가 예상된다. 검찰청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이 신설되나 기존 검사들이 이직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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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이 수사·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마약범죄 전담 기관 신설을 제안한 것도 수사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럴 경우 기존 검찰청을 폐지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헌법상 기소권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신설되는 기관도 검사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수사권까지 주는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공백을 메울 대안이 없는 와중에 정부·여당이 스텝이 꼬인 모습을 노출시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경찰 (업무) 보고 때 물어봤는데 검찰 쪽은 주로 상선 추적에 능한 것 같다”면서도 “수사권 조정·분리 이슈 때문에 저도 판단을 잘못하겠다. 법무부 안(案)을 내보시라”라고 지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여당이 3대 특검 출범부터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 확대까지 수사·기소 분리에 계속 예외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대로면 애초 수사·기소 분리는 명목에 불구했고 결국 검찰청만 폐지하려 했던 것이란 의구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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