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년 전 학연, 악연됐다…美브라운대 집단총격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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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라운대 집단 총격과 MIT 교수 피살 사건의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 [AP=연합뉴스]

‘촉망받던 두 명의 물리학도. 20년 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총으로 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명문 브라운대 집단 총격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피살 사건 용의자에 대해 이런 제목을 달아 추적 보도했다. 두 사건의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는 뉴햄프셔주의 한 창고에서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수사 당국은 “발렌트가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렌트는 지난 13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의 한 교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브라운대와 80㎞가량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의 한 아파트에서 루레이루 교수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피터 네론하 로드아일랜드주 법무부 장관은 발렌트의 범행 동기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국적인 발렌트는 10대 시절 국제 물리학 올림피아드에 포르투갈 대표로 선발된 수재였다. 숨진 누누 루레이루(47) MIT 교수 겸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 소장과 1995∼2000년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에서 함께 공부했다. 루레이루에 앞서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둘의 궤적은 달라졌다. 발렌트는 유학생용 F1 비자를 받아 2000년 가을부터 2001년 봄까지 브라운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이후 휴학한 뒤 복학하지 않았고, 2003년 자퇴 처리됐다. 브라운대에서 그와 함께 공부한 스콧 왓슨 시라큐스대 물리학과 교수는 “발렌테는 뛰어난 지능을 지녔지만, 대학 생활에 종종 좌절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루레이루는 20대 초반부터 태양 에너지의 폭발 원리를 규명한 연구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연구하다 2016년 MIT로 자리를 옮겼다. 40세에 정교수가 된 뒤 숨지기 전까지 MIT 최대 규모 연구소 중 하나를 이끌었다. 둘이 서로 잘 알고 지냈는지, 수십 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옛 동창은 발렌트가 루레이루의 성공적인 경력을 부러워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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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트의 총에 맞아 숨진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발렌트는 ‘DV1’이란 영주권 추첨 프로그램으로 2017년 9월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 DV1은 ‘다양성 비자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미국에 합법으로 이주하는 이민자가 적은 나라 출신자를 대상으로 연간 최대 5만명을 추첨으로 선발해 영주권을 준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18일 SNS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DV1 제도를 중단키로 했다"며 “이 극악무도한 사람(발렌트)은 애당초 미국에 입국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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