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대전 준우승 이끈 황선홍 "만족 못해, 2026년 더 높이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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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구단의 역사를 새로 쓴 황선홍 감독. 올 시즌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했다. 중앙포토
"새 역사를 쓴 건 기쁜 일이죠. 그러나 만족하진 않습니다. 아직 더 오를 곳이 남았으니까요."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사령탑 황선홍(57) 감독은 구단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을 거두고도 웃지 않았다.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도전할 목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지난달 30일 끝난 2025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대전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시민구단 시절이던 지난 2003년과 2007년에 작성한 종전 최고 순위(6위)를 한참 앞질렀다. 지난 2002년 이후 2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냈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이 돋보인 황선홍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지난해 6월 강등권(11위)까지 내려간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뒤 최종 8위로 1부 잔류를 이끈 데 이어 두 시즌 연속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만족은 없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 정자동에서 만난 황 감독은 “(준우승 후) 딱 하루 정도만 푹 쉬었다. 이튿날부터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면서“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평생 몸담아왔다. 이곳에선 만족하는 그 순간 곧장 내리막길이 시작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황새'라는 별명과 함께 인기를 누린 스트라이커 출신 황 감독은 앞서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고 K리그1 우승(2013년), FA컵 2연패(2012·13년) 등 네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으로도 2023년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일구며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가시밭길을 만났다. 지난해 4월 U-23대표팀을 이끌고 파리올림픽 예선에 나섰다가 8강에서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친 탓에 지난 1984년 LA 대회 이후 40년간 이어온 본선 진출 행진이 중단 됐다.

황선홍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엔 우승에 도전한다. 중앙포토
당시 축구계 안팎에서 '황선홍의 지도자 인생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황 감독은 주저앉지 않았다. "포기하면 여기서 끝"이라는 각오로 대전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지휘봉을 잡았고, 재기에 성공했다. 다시 일어선 비결로는 '진화'와 '소통'을 꼽았다. 올 시즌 초반 리그 선두를 질주하던 대전은 이후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함께 급격히 흔들렸다. 위기의 순간 황 감독은 그간 자주 기용하지 않던 외국인 선수들에게 과감히 힘을 실어줘 돌파구를 만들었다.
국내파 베테랑 골잡이 주민규를 앞세우던 공격 전술의 흐름을 후반기 들어 마사(일본), 에르난데스(브라질) 등으로 다양화 해 재미를 봤다. 황 감독은 “결국 철학도 전술도 바꾸지 않으면 무뎌진다. 이기기 위해 틀을 깼다”면서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오른쪽)에게 지시하는 황선홍 감독.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다. 연합뉴스
선수 구성 뿐만 아니라 전술도 과감히 바꾼 황 감독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과 끊임 없이 소통했다. “못 이겼다고 다그치기보단 경기를 분석하며 선수들에게 전술을 바꾸는 이유와 달라질 역할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언급한 그는“선수들이 납득하니 경기력도 달라졌다”고 했다. 대전은 시즌 막판 9경기에서 6승(2무1패)을 거두며 펄펄 날았다. 황 감독은 새해 K리그에 '대전 시대 개막'을 선언하는 게 목표다.
그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덕분에 지난 2년간 내가 원하는 축구를 팀에 입혔다”면서 “2026년엔 날개를 활짝 펴고 가장 높은 곳(우승)으로 날아 오르겠다. 오랜 기간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으로 불리는 팀으로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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