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대선 D-5' 통일교, 후원금·해저터널 제안서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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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뉴스1
통일교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시도당 핵심 관계자를 만나 정치 후원금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정황이 21일 확인됐다. 통일교 간부들을 동원해 국민의힘 정치인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하고, 그 대가로 한·일 해저터널 등 통일교 숙원사업과 각종 현안에 대한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에는 지난 20대 대선 직전 통일교 권역별 간부들이 접촉 대상자를 나눠 국민의힘 시도당 위원장급 인사와 면담한 내용이 담겼다. 각 지구장이 대선 당일 작성해 이튿날 교단 본부에 당선인 측 접촉 성과를 보고하는 내용이다.
면담 대상자와 면담 일시 등이 정리된 해당 문건엔 “후원금, 한일 해저터널 정책제안서, 한반도평화서밋 책자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문구도 명시됐다. 후원금 형태로 합법을 가장해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을 일종의 성과로 정리한 것이다.
통일교가 마련해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후원금은 한·일 해저터널, DMZ 평화공원 등 교단 숙원 사업과 연계됐던 만큼, 정책 로비성 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일교가 정치인을 접촉하고 후원금을 지급한 시기 역시 “교단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한다”(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는 지시가 하달된 직후였다. 또 다른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한·일 해저터널 정책 제안과 함께 후원금을 지급했고, 이들이 받아들였다”는 내용도 실렸다.
통일교, 국힘 시도당 17명 중 14명 불법 쪼개기 후원
통일교와 국민의힘 시도당 관계자의 접촉은 대선을 닷새 앞둔 2022년 3월 4일부터 3월 7일까지 집중됐다. 통일교의 권역별 최고 간부인 지구장이나 바로 아래 직급인 대교구장 등이 시도당 또는 대선캠프 사무실을 찾는 방식이었다.

김경진 기자
문건에 따르면 통일교 간부들은 3월 4일엔 당시 박성중(서울)· 김성원(경기) 위원장을, 5일엔 이명수(충남)·권명호(울산) 위원장, 대선캠프 강원 총괄선거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을 면담했다. 6일에는 정우택(충북)·정운천(전북)·백종헌(부산) 위원장과의 접촉이 있었다.
3월 7일 미팅 리스트에는 추경호(대구)·김정재(경북)·이달곤(경남)·최민호(세종) 위원장이 적시됐다. 대전시당 위원장 대신 대선캠프 충청 부위원장 A씨를 만나는 등 원외 시도당 관계자와의 접촉도 있었다.
통일교는 접촉을 시도한 국민의힘 시도당 관계자 17명 중 면담 성사에 실패한 배준영 당시 인천시당 위원장과 김성원 의원, A씨를 제외한 14명에게 후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후원금은 지구장 주도 하에 또 다른 간부들까지 동원한 쪼개기 형태로 제공됐고, 금액은 총 1억4400만원이라는 게 김건희 특검팀 판단이다. 후원금은 면담 자리에서 현금으로 지급되거나 후원계좌를 통해 입금됐다. 실제 면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통일교 관계자 이름으로 면담 당일 후원금이 지급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 후원 상한액인 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명의를 나눠 계좌에 입금하거나 중앙당 후원으로 우회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또 대선 캠프에서 지역 현안을 담당하는 백경현 미래정치연합본부 경기도본부장(현 구리시장) 등 6명에게도 통일교 후원금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교 후원금 몰랐다”는 국힘…통일교 방문 사진 확보

2022년 3월 6일 당시 백종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가운데)이 통일교 부산울산 대교구장 이모씨(오른쪽)와 부산지부장 박모씨와 면담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내부 문건에서는 ″한일 해저터널 정책 제안과 후원금이 함께 전달됐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독자 제공
통일교 후원금을 받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그간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 “통일교 차원의 쪼개기 후원인 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부산시당 위원장인 백종헌 의원이 당시 통일교 부산·울산 대교구장 이모씨와 부산지부장 박모씨를 3월 6일 면담하고 후원금이 지급됐다.
부산지부장 박씨는 한·일 해저터널 청탁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게 한학자 총재 자서전을 건네며 접촉을 시도한 인물이다. 또 2022년 대선 당시 영남권 캠프를 돌며 한·일 해저터널 정책제안서와 윤영호 전 본부장 이름의 축하 난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의원은 박씨 등 통일교 간부들과의 만남에 대해 “불온·불손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일교 부산지부장 박모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영남권 캠프를 돌며 한·일 해저터널 정책제안서와 윤영호 전 본부장 이름의 축하 난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자 제공
김건희 특검팀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에 대한 전방위적 쪼개기 후원과 정책 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교 관계자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통일교 단체 자금임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지방선거 기간 민주당에 대한 통일교의 쪼개기성 후원 역시 정책 로비를 위한 금품 제공일 가능성이 있다. 통일교 호남권을 담당하는 4지구는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200만원, 이용섭 전 광주시장에게 300만원, 김영록 전남도지사에게 3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강원을 맡는 2지구는 이광재 당시 강원도지사 후보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해당 사항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공소 사항에 담기지 않아 편파 수사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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