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기후위기 시대 대왕참나무가 주는 작은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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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날씨는 더욱 추워지면서 몸을 움츠리게 하죠. 그렇다고 너무 방 안에만 있지 말고 가볍게 운동 삼아 동네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컨디션 관리에도 더 좋습니다. 주변 나무들을 보면 모두 잎을 떨구고 겨울나기에 들어서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데요. 낙엽수이면서 아직 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들도 보입니다. 단풍나무나 양버즘나무는 독특한 잎자루의 구조상 겨울눈을 감싸고 이듬해까지도 잎을 매달고 있죠. 그런 구조도 아닌데 다 마른 잎을 아직 떨구지 않은 참나무 종류도 있고요.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도심 가로수로 많이 심는 대왕참나무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9 대왕참나무
우리나라 중부 내륙에 사는 참나무는 상수리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 등 6종인데요. 외국에서 들여와 가로수나 조경수로 심는 나무 중에 루브라참나무와 대왕참나무 둘이 있습니다. 특히 대왕참나무는 수형이 곧게 뻗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든 모습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인기죠.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는 언뜻 보면 비슷해서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토리 크기가 확연히 차이 나서 구분이 가능합니다. 루브라참나무의 도토리는 상수리나무의 것보다도 더 커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도토리 중에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반대로 대왕참나무 도토리는 납작하고 아주 작아요. 참나무 중 제일 작다고 할 수 있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9 대왕참나무
대왕참나무는 영어로 핀오크(pin oak)라고 합니다. 가지에 난 새 가지가 짧고 뾰족해서 핀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도토리가 작지만 뾰족해서 그렇다고도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열매나 잎이 가장 커다랗지도 않은 이 나무를 대왕참나무라고 할까요. 참나무과 나무 중 키가 큰 편이라서 그렇다고도 하고, 잎이 갈라진 모양이 임금 왕(王)자 같아서라고도 하고, 처음 수입한 업체 상호에 ‘대왕’이 들어갔기 때문일 거라고도 하고, 미국에서 수입한 나무인데 같은 시기 대왕소나무도 수입되는 통에 미국 나무는 이름에 대왕을 넣자고 했다고도 하고, 대왕소나무의 학명에 ‘palustris’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대왕참나무도 학명이 ‘Quercus palustris Munchh.’이니 같이 대왕이라고 붙이자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확실한 이유는 아직 몰라요. 참고로 학명의 ‘palustris’는 대왕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말이며, 습지에 잘 사는 식물에 흔히 붙는 이름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9 대왕참나무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가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했을 때 독일참나무로 월계관을 만들어서 씌워주고, 독일참나무 묘목을 기념으로 줬다고 해요. 그 묘목을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 자리에 심었는데 자라서 보니 대왕참나무였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여기에도 그때 받은 나무는 원래 대왕참나무였다거나, 손기정 선수가 받아온 나무는 죽고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참나무 종류들은 어린 시기에 싹만 보고서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 기념품으로 줄 어린 나무를 모을 때 독일참나무 묘목들 틈에 대왕참나무 묘목이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9 대왕참나무
한편, 대왕참나무를 비롯한 많은 참나무과 나무들이 겨울이 되어도 잎을 떨구지 않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이건 잎을 떨구는 ‘떨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떨켜가 발달하지 않은 걸까요? 이것도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겨울눈을 추위나 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떨켜를 만들어 내는 에너지조차 절약하고자 함이 아닐까 해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새잎이 돋으면 옛 잎은 떨어지게 되니 그 작용을 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아껴서 다음에 생장하는 데 사용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대왕참나무는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난방을 과하게 사용하고 반소매 셔츠를 입고 지내면서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생각할 지점을 주죠. 며칠 후면 새해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삶을 좀 더 간소화하고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한 해로 삼으면 어떨까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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