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폐지 지시 무시하고…여당 '사실적시 명예훼손'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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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부르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법안을 처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2일 “(사실 적시 명예훼손 관련) 법제사법위원회의 문제의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사실 적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을 삭제했지만 법사위는 이를 되살리며 논란이 촉발됐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법사위 입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다만, 법사위가 뒤집은 또 다른 조항인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은 과방위 입장대로 다시 삭제키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순한 오인과 실수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위헌 판정을 이미 받은 바 있다. 이 부분을 수정하겠다”며 “허위조작정보, 불법정보가 근절되면 유익한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국민 알권리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5배까지 물릴 수 있는 정통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22일 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려던 민주당은 언론계뿐 아니라 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법안을 폐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전날 밤 늦게 상정을 미루기로 했고, 당 정책위원회 등 지도부가 법안 수정에 나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등 야권으로부터 “졸속 심사”란 비판을 받은 정통망법 개정안을 23일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 폐지 주문했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 유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폐지 검토를 지시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그대로 포함된 법안이란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사위는 과방위가 처리한 법안을 수정해 개인 사생활의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걸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있는 사실을 얘기하는 게 무슨 명예훼손인가. 형사가 아닌 민사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며 “독일이나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형사처벌 과잉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법무부 장관에게 해외 입법례까지 챙겨보라고 지시한 이 사안은 결국 지켜지지 않을 태세다. 여당인 민주당이 “언론 개혁”을 명분으로 정반대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방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문제의식을 갖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 유지를) 주도한 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사생활과 관련한 것은 공익적인 것도 아니다”며 “이런 부분은 (보도할 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사생활이란 이유로 공인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유지할 경우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언론의 권력 비리 보도, 미투 운동, 내부 고발, 소비자 제품 평가 등을 억누르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개정안이 오히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2일 “과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법 조항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법안을 민주당이 미세 조정이란 이름의 땜질 수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위헌 논란을 자초한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인사인 류제화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자유와 인권을 위한 워킹그룹(가칭)’은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긴급 탄원’을 낼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은 “법안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전례 없는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비례성·합법성, 법치주의 원칙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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