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 재산 7% 날아갔다”던 李, 같은 환율 됐다…대미 투자 속도 조절 검토

본문

btc7451491259344ac1439306f45f4f059.jpg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40원(0.30%) 상승한 1,480.70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외환시장 폐장일(12월 30일)을 앞두고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환율 추세를 꺾기 위해 남은 기간 연말 환율 종가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8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연간 한도 200억 달러(약 30조원) 대미(對美) 투자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80.1원으로 마쳤다.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현재 같은 고환율이 지속할 경우 대미 투자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미 정부는 지난달 14일 통상협상을 마무리 짓고, 한국은 3500억 달러(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투자)를 미국에 투자하되 연간 한도는 200억 달러로 하기로 합의했다. 당시부터 이런 대규모 대미 투자가 원화 가치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대미 투자액을 조정하려면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한·미 통상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외환 시장 안정성’ 항목엔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의 약속 이행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경우, 한국은 자금 규모와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미국은 선의(in good faith)로 이에 대해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도 돼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강력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bt5f381d045bb8d07f7a4e8f24af0c84d3.jpg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 '어르신이 걸어온 길, 우리가 이어갈 길'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 내에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대미 투자가 실행이 안 된다”며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투자 시점도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고환율을 이유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좀 늦추자는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년 초 원-달러 환율을 1400원대 초반으로 낮추기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은 이번 주 초 주요 수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정부의 환율 대응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의 환율 총력 대응 방침의 배경엔 고환율 문제가 자칫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줘 내년 지방선거의 악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이 비상계엄-탄핵정국을 거치며 폭등했던 환율 수준이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1410원대로 기록한 환율은 이후 계속 상승하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 4월 8일 1487.07원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1350.18원(6월 30일)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이제 탄핵 직후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bta1d7c2a93a0e573353bff8d63617de82.jpg

정부와 한은이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와프를 통해 한은과 협력할 경우 단기 환율 하락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아 구조적 환율 안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나오는 원달러 환율 시세. 뉴스1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이던 지난 2월 “환율이 폭등해 이 나라 모든 국민의 재산이 7%씩 날아갔다”며 당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4월엔 환율과 주식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수준으로 환율이 다시 오르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당시 발언이 재소환되며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명에게 한 말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의 지난 15~19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0.9%포인트 하락한 53.4%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원·달러 환율 1480원 돌파 등 민생·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며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고환율 문제가 연말을 넘어서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제 부처의 환율 대응 톤이 이번 주 들어 차분해졌다”며 고환율의 큰 고비는 넘었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환율이 내년 초 14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97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