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MDL 넘는데 '착한 도발'도 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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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은 15일 정오쯤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차단 목적(추정)의 폭파 행위를 자행했다″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뉴스1
국방부가 최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시 경고사격에 앞서 상황 평가를 면밀히 하라”는 방침을 내렸다는 보도〈중앙일보 12월 19일자 1면〉와 관련해 “우리 군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도발에도 사격을 자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 등이 예상되는 명백한 도발 상황에서도 경고사격을 자제하라는 건 아니라는 해명인데, 바꿔 말하면 이는 우발적 월선과 같은 상황에선 사격을 줄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보도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 남측 관할 지역을 침범하는 행위를 모두 “도발”로 칭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도발해도 사격을 자제하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MDL 침범을 포함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행위 발생 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방부는 22일 추가 입장을 통해 “보도에 언급된 ‘도발’(표현)은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도발’을 포괄하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면서 “이는 ‘우리 군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도발에도 사격을 자제하라’고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선에서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군의 MDL 침범 상황을 ‘특정한 상황’과 ‘우리 군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도발’ 상황으로 구분한 격이기 때문이다. 표지석 유실 등으로 MDL을 착각해 우발적으로 선을 넘은 경우 등은 위험한 도발이 아니라고 보는 셈인데, 이는 곧 전방부대가 북한군의 월선 의도를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군이 많게는 10명 이상 무리지어 MDL을 넘어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침범 의도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적의 교전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현장 지휘관이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적이 이를 역이용해 기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육군 예비역 장성도 “어떤 게 도발이고 아닌 지를 명확히 지침을 내려야 작전수행절차가 명료해지는데, 단순 침범은 심각한 도발이 아니란 식의 지침을 주면 현장 지휘관들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100번의 단순 침범 뒤에 단 한 번의 기만이 심각한 국지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모든 MDL 침범 상황을 도발로 통칭한 것은 잘못’이라는 국방부의 입장은 합동참모본부의 도발 분류와도 배치된다. 합참 작전용어집(2010년 기준)에 따르면 ‘도발’은 “적이 특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상, 해상, 공중으로부터 해당 국가의 국민과 재산 또는 영역에 가하는 일체의 위협 행위”를 뜻하는데, 북한군의 MDL 침범을 국지 도발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합참은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의원실에 ‘국방부 및 합참에서 도발이라고 간주한 모든 행위 일체’를 제출하면서 모든 MDL 침범 사례를 ‘지상 도발’로 규정하기도 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경고사격 자제’라는 국방부의 고육지책은 올해 11월 들어 북한군의 MDL 침범이 이틀에 한번 꼴로 크게 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1953년 정전 당시 분류한 MDL 기준이 북한군과 아군이 달라 ‘인식 차이’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북한군이 MDL을 월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작전수행절차에 따르면 이틀에 한번 꼴로 경고사격을 해야 하는 셈이라 그만큼 군사적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군의 MDL 침범이 근본적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매설 등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아군의 대응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긴장 완화를 모색한다는 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기조와 맞물려 군은 올해 9월 ‘MDL에 관해 한국군의 군사지도와 유엔군사령부(UNC)의 기준선이 불일치 하는 경우 남쪽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라’는 취지로 지침서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작전수행절차상 MDL을 넘으면 경고사격을 하게 되는데, 경고사격을 위한 선 자체가 남쪽으로 내려오면 경고사격 결정 시점도 늦춰지게 된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지침은 지난해 6월 변경해 전방에서 적용하던 것을 올해 작전 관련 지침서에 공식 반영한 것 뿐”이라며 “이 조치는 북한군이 주간에 노출된 환경에서 MDL 근접활동을 하는 지역에 한정하며 소극적 대응을 위해 작전 절차를 변경하거나 북한군에 유리하게 MDL을 적용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북한군은 17차례 MDL을 침범했고, 지난 11월 28일이 강원 고성 지역이 마지막 침범이었다. 이 가운데 경고 사격을 한 건 13차례로, 경고 방송 만으로 올려보낸 4차례가 모두 11월에 집중됐다. 북한군의 MDL 침범 징후가 있을 때 실시하는 경고방송은 지난해와 올해 2400여회 이뤄졌다고 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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