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과 폐지 막자” 학생들 대리시험 쳐준 교수들…“등록금 환불” 협박 학생도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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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일러스트. 중앙포토

학과 폐지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시험을 대신 치른 뒤 스스로 채점한 교수들과 이를 빌미로 교수를 협박한 학생 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22일 학과 존폐의 상황에서 재학생들의 제적을 막기 위해 성적 평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업무방해, 업무방해 방조)로 대학교수 A씨 등 4명에게 벌금 150만∼6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직접 입학생을 모집한 뒤 이 학생들의 제적을 피하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광주 지역 사립대 교수(3명)와 조교로 2022년부터 지난해 사이 각각 4~29차례에 걸쳐 대리 작성한 답안지를 스스로 채점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1명은 대리 작성한 답안지를 평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수강한 과목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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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조사 결과 기소 당시 부교수였던 A씨는 2023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29차례에 걸쳐 한 학생에 대한 시험 답안지를 대리 작성한 뒤 채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교수 B씨도 비슷한 기간 또 다른 학생의 중간고사 시험지를 대리 작성했으며, 조교수인 C씨는 2023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조교 D씨의 대리 시험으로 제출된 성적표를 교무처에 제출해 범행을 도운 혐의다.

A씨 등은 대학 측으로부터 입학생 영입과 학생 유지를 지속해서 요구받는 상황에서 학과 존립이 위태롭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학과 존립을 위해선 모집한 학생들이 제적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교수들의) 평가 비위를 교육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한 학생 E씨에게도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E씨는 조교수 C씨에게 “교육부에 있는 후배에게 부당한 학점 이수에 관한 제보를 검토 중”이라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E씨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C씨를 협박한 데 이어 연구실까지 찾아가 “2022학년도 1학기 등록금 360만원을 되돌려 달라”는 취지로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다. 당시 그는 C씨의 수업을 받으면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 F학점을 받은 것에 앙심을 품고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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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찰청. 연합뉴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불법적인 관행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정당화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업무방해의 피해자인 대학 교무처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범행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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