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드론과 관련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산 드론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2일(현지시간) 포고문을 통해 외국에서 생산된 무인항공시스템(UAS·드론)과 핵심 부품을 FCC 인증 규제 대상 목록인 커버드 리스트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커버드 리스트는 미국의 국가안보나 국민의 안전·보안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통신 장비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목록에 포함된 장비는 미국 내 수입·유통·판매를 위한 FCC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시장 진입이 차단된다.

FCC는 외국산 드론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로 한 이번 방침이 전날 백악관이 소집한 국가안보 담당 기관 협의체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FCC는 국가안보 기관들이 외국산 무인항공기가 공격과 교란, 무단 감시, 민감 데이터 유출 등 국토 안보 위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으며 외국산 기기 의존이 미국 드론 산업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나 국토안보부가 특정 드론 또는 핵심 부품이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외국산 드론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이번 제한은 신규로 장비 인증을 신청하는 기기에 적용되며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드론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FCC 인증을 받은 기존 기기를 소매업체가 계속 판매하는 것도 허용된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영공 보호와 미국 드론 산업의 우위 확립을 분명히 해왔다며 FCC는 미국 드론 제조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미국의 드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 미 상무부가 중국산 드론 수입 제한 규정 마련 방침을 밝힌 이후 이어진 후속 조치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 DJI를 주요 타깃으로 한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화웨이, ZTE, 카스퍼스키 랩 등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은 이미 FCC 규제 대상에 올라 장비 인증이 차단된 상태다. 반면 DJI는 그동안 비교적 규제를 받지 않으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DJI는 이달 초 미국 내 1800여 개 주·지방 법집행기관과 긴급 대응 기관 가운데 80% 이상이 DJ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비용 효율적인 드론 기술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공공 안전 프로그램이 즉각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