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전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만나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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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인물열전 표지


사자성어 인물열전
홍장호 지음
운곡서원

우리가 매일 입에 담는 사자성어들. 그것들이 단순한 네 글자의 단어가 아니라 누군가의 치열한 삶과 결정적 순간들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떨까?

이 책은 지루한 고전 해설의 길을 거두고 대신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역동적인 서사로 우리를 초대한다. 단순한 사자성어 풀이에 머물지 않고 사자성어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 인물이 겪었던 중요한 사건들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사자성어로 전해져 내려왔는지, 역사적 인물들의 성공과 실패, 지혜와 어리석음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를 건네준다.

책에 실린 77명의 인물 중 소동파의 삶이 특히 감동을 전한다. 중년 이후 많은 시간을 유배지에서 가족과 생이별한 채로 지내면서도 평생 2000여 수의 시를 지었던 그. 비록 객지에서 병으로 66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인물이었다. 현지 주민들의 고충에 공감하며 민원 서찰을 작성하던 그의 삶 속에서 저자는 '유위이작(有爲而作)'이라는 깨달음을 건져 올린다. '목적이 있어야 비로소 창작하는 것'이라는 이 표현은 소동파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네 글자로 대문장가로서 그를 정의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각 이야기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보탠 작가의 통찰이다. 저자 홍장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고전 인문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중국과 일본에 오래 머물며 동양 고전과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그런 저자의 경험과 사유가 투영된 통찰들, 고대의 이야기를 현대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역사 속 인물들이 만들어낸 욕망과 몰락, 신의와 배신, 지혜 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전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권력의 허망함이 무엇인지 인간 본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교훈들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자성어 인물열전』은 결국 과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천 년 전 중국 고전 속 누군가의 선택과 고민이 오늘을 사는 나의 질문과 겹쳐지고 그들의 지혜가 현재의 나에게 속삭이는 경험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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