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만약에 우리' '오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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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우연히 재회한 은호(구교환, 왼쪽)와 정원(문가영)은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함께 되짚는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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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재원(추영우)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자친구 서윤(신시아)에게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흥행 원작을 리메이크한 로맨스 영화 두 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관객을 찾는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4일 개봉, 이하 '오세이사')와 '만약에 우리'(31일 개봉)다. 각각 일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한국적 감성에 맞춰 변주했다. 이 작품들이 올해 멜로 영화의 부진을 끊고, 연말 극장가에 로맨스 훈풍을 불러올 수 있을까.

리메이크 로맨스 영화 두 편 개봉

#"내일의 너도 즐겁게 해줄게"  

매일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여자, 그에게 매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려는 남자. 영화 '오세이사'는 원작 소설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치조 미사키의 원작은 전세계에서 130만부 이상 판매됐고, 동명의 일본 영화는 국내에서 12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 서윤(신시아)은 매일 아침 눈 뜨면 기억이 리셋된다. 하루의 일들을 일기에 기록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같은 학교 남학생 재원(추영우)에게 고백을 받고 풋풋한 연애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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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재원(추영우)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자친구 서윤(신시아)에게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어느 날 데이트 도중 서윤의 비밀을 알게 된 재원은 서윤을 매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하루하루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던 둘에게 예상치 못한 비극이 닥친다.

가족 간 갈등도 함께 다뤘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한다. 서윤과 재원, 그들의 든든한 친구 지민(조유정)과 태훈(진호은)이 늘 함께 하며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서윤과 재원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 또한 세밀한 감정선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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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한 장면. 서윤(신시아)과 재원(추영우)이 친구들과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서윤이 재원과의 소중한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서 잠들지 않으려 애쓰고, 재원이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도 영화에 새로 추가된 부분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감각에 기인한 것'이란 원작의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혜영 감독은 "빛나는 청춘과 첫사랑을 풋풋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원작보다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절하고 선형적인 전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던 원작의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스크린 데뷔한 추영우는 추영우는 "다부진 체격 때문에 원작 캐릭터의 병약미가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쉽다"면서도 "서연 때문에 변해가는 재원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신시아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서윤을 연기하며, '마녀' '파과' 등 장르물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 잘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 태풍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면서 둘은 같은 호텔 방에 머물며 옛 추억을 되짚는다.

영화는 현재(흑백)와 과거(컬러)를 넘나들며 둘의 감정에 주목하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다. 10여년 전, 고향 집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옆 자리에 앉게 된 둘은 산사태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다가, 은호를 데리러 온 아버지(신정근)의 차에 함께 타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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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는 우연히 재회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함께 되짚는 스토리다. 사진 쇼박스

보육원 출신인 정원의 꿈은 건축사가 되는 것. 하지만 현실은 햇빛 한 줌 만을 쥘 수 있는 고시원의 삶이다. 그런 정원에게 은호는 집 같은 존재가 돼준다. 둘은 은호의 자취방에서 고된 서울살이를 함께 하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연인 사이가 된다.

하지만 고된 현실의 무게는 둘의 사이에 균열을 낸다. 악덕 게임회사에서 혹사당하면서도 게임개발자의 꿈을 놓치 않던 은호는 아버지까지 쓰러지면서, 제 앞길 헤쳐가는 것만도 버거워진다. 이기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한 은호의 모습에 실망한 정원은 그의 곁을 떠난다.

현실의 벽 앞에서 부딪히고 좌절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영화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우 출신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했던 김도영 감독은 "두 주인공의 고난에 젊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멜로 영화에 도전한 구교환,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문가영은 둘의 관계를 자연스러운 멜로 호흡으로 그려낸다. 1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는 '감정적 애드리브' 신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은호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는 구교환은 "재회한 정원을 마주하고 우는 장면에서 오열 수준으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문가영은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 이어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이별 직후 버스 안에서 정원이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같이 우는 걸 보고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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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우연히 재회한 은호(구교환, 오른쪽)와 정원(문가영)은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함께 되짚는다. 사진 쇼박스

'만약에 우리'는 '건축학개론', '너의 결혼식' 등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꿈과 현실 때문에 놓쳐버렸던 사랑을 아쉬워한다는 점에서 '라라랜드'도 떠오르게 한다.

다른 로맨스물과 차별화된 점은 성숙해진 두 사람의 현재를 통해 '좋은 이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꿈꾸고 사랑했던 그 때'를 감사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김 감독은 "둘은 제대로 하지 못한 이별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다"며 "잘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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