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통문화 창업 생태계의 엔진 ‘오늘전통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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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를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던 시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전통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가장 확실한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이하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추진해 온 ‘오늘전통창업’ 사업이 올해 받아든 성적표는 이 명제가 참임을 숫자로 증명했다.
올해 우수한 사업 성과로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한 ‘주식회사 로얄헤리티지’는 창업 첫해부터 현대백화점 본점과 5성급 호텔의 팝업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프리미엄 K-디저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23세 대학생이 창업해 떡을 기반으로 연 매출 18억 원의 푸드테크 기업을 일궈내고(주식회사 더바른컴퍼니), 성장 정체기를 겪던 도예 브랜드가 홈쇼핑 진출로 하루 매출 1억 원을 달성(무자기)하는 등 드라마 같은 성과가 쏟아졌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발굴해 ‘데스밸리’를 건너게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키워내는 체계적인 ‘비즈니스 육성 시스템’이 빛을 발한 결과다.
‘오늘전통창업’은 전통문화 분야의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해 최대 3년간 사업화 자금과 맞춤형 보육을 제공하는 문체부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사업이다. 단순 지원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 수립부터 시제품 제작, 판로 개척까지 기업 성장에 필요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전통문화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이정우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2025 오늘전통창업 시상식 축사를 통해 “오늘전통창업 사업 전시를 보며 한복, 한지, 굿즈 등 우리 전통문화가 더 이상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상업화·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라며,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이 K-컬처라는 차를 달리게 하는 엔진이라면, 문체부는 법과 제도, 재정적 뒷받침을 통해 그 엔진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산업화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사진1. 2025년 오늘전통창업 ‘초기창업기업’ 대표 제품(상단 왼쪽부터 주식회사 로얄헤리티지, 주식회사 더바른컴퍼니 / 하단 왼쪽부터 에움, 주식회사 엠에스알)〉
“매출 늘고 고용 터졌다”... 숫자로 증명된 ‘전통의 산업화’
올해 ‘오늘전통창업’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실질적인 지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초기창업기업부터 도약기업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특히 올해 관광기념품 공모전 대통령상을 받은 △‘㈜미미디자인’은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전년 대비 매출 2.5배 성장을 기록했고, △‘에움’은 일본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등극하며 글로벌 시장성을 확인했다. 전통 매듭을 힙(Hip)한 패션 아이템으로 풀어낸 △‘주식회사 올드띵스네버다이’는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전통을 현대적인 패션 잡화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인 △‘주식회사 엠에스알’ 역시 76% 성장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전문 창업기획자와의 밀착 협업이 있었다. 과거 가내수공업 형태에 머물렀던 전통 기업들은 창업기획자와 함께 ‘양산화 시스템’을 구축하며 물량 수급 문제를 해결했고, 투자 유치와 판로 개척에 집중하며 기업형 구조를 갖췄다. 공진원 이재화 팀장은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소비자가 ‘언제, 얼마나 주문해도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해 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잡아준 것이 매출과 고용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뚜렷하다. 기업당 평균 2~3명의 신규 채용이 이루어졌으며, 단순 제작 인력을 넘어 디자이너, 마케터, 해외 영업 등 직군도 다양해졌다. 이는 전통문화 산업의 구조가 영세한 1인 창업 중심에서 ‘전문 인력을 갖춘 기업형’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내수용’ 꼬리표 떼고 ‘수출 효자’로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이후 가능해진 ‘글로벌 확장성’이다. 그동안 교민 사회나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통문화 상품이 이제는 K-콘텐츠 열풍을 타고 글로벌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올해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거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전통 패션 브랜드 △‘단하’는 패션의 본고장 밀라노에서 현지인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쉘랑 코리아’는 네덜란드 온라인몰에 입점하며 수출길을 활짝 열었다. 한복, 한식 디저트, 공예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K-프리미엄’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2. 2025년 오늘전통창업 ‘도약기업’ 대표 제품(상단 왼쪽부터 무자기, ㈜미미디자인, 주식회사 올드띵스네버다이 / 하단 왼쪽부터 단하, 쉘랑 코리아)〉
2026년, ‘선도기업’ 신설로 빈틈없는 성장 사다리 완성
문체부와 공진원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을 ‘전통문화 창업의 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6년부터는 전통문화산업의 유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상위 단계인 ‘선도기업’ 부문을 신설한다.
이로써 ‘예비(발굴) - 초기(보육) - 도약(성장) - 선도(글로벌 확장)’으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전 주기 성장 사다리가 완성된다. 선도기업에게는 해외 팝업·페어 참여·지사 설립 등 다양한 해외 진출 기회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한 성과를 낸 오늘전통창업 기업에게는 후속 투자를 연계해 자생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장동광 공진원 원장은 2025 오늘전통창업 시상식 인사말에서 “이번 성과는 전통의 가치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인 비즈니스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오늘의 전통이 내일의 혁신적인 창업으로,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미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창업, 유통, 투자 생태계를 단단히 구축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늘전통창업’ 2026년 참여 기업 모집은 내년 2~3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공모는 공진원 누리집을 통해 공고되며, 전통문화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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