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내가 승부의 키, 겁없는 '럭키'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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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농구 신인 26명 중 가장 돋보이는 수원 KT 강성욱. 등번호 77번을 달고 뛰어 ‘럭키 보이’라 불린다. 김종호 기자

올해 드래프트 8순위로 지명된 수원 KT의 가드 강성욱(21)이 데뷔 한 달 만에 프로농구를 흔들고 있다.

지난 16일 고양 소노와 85-85로 맞선 경기. 종료 1.4초 전 강성욱이 절묘한 앨리웁 패스로 결승 자유투를 이끌어냈다. 공을 받은 하윤기가 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성공했다. 놀랍게도 작전은 루키인 강성욱이 짰다. 문경은 KT 감독은 “작전시간에 성욱이가 이렇게 해야한다고 하길래, 결과가 어찌 됐건 경험을 쌓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래 한번 해봐’ 했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데뷔전도 강렬했다. 팽이가 돌듯 몸을 180도 회전 시켜 상대를 제치는 스핀 무브를 2회 연속 선보였다. 강성욱은 출전한 8경기에서 3차례 수훈선수에 선정됐다. 평균 출전시간(20분), 득점(8.1점), 어시스트(3.6개) 모두 신인 26명 중 1위다. 득점력, 드리블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배짱이 좋다. 시야가 넓지 못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지난해 눈이 트였다. 코트 곳곳에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준다.

강성욱은 주전 가드 김선형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팀의 메인 볼핸들러로 활약 중이다. 아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드래프트 1순위 문유현(정관장)이 “성욱이가 월드클래스가 됐다”고 농담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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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농구 신인 26명 중 가장 돋보이는 수원 KT 강성욱. 등번호 77번을 달고 뛰어 ‘럭키 보이’라 불린다. 김종호 기자

강성욱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했던 5순위보다 낮은 8순위로 지명됐다. “오히려 자극이 됐고 열정이 더 불타올랐다”고 했다. 팬들은 그를 등번호 77번에 빗대 ‘럭키 보이’라 부른다. 강성욱은 “77은 행운의 번호이기도 하고, 루카 돈치치의 번호이기도 해서 선택했다”고 했다. 2018년 NBA 드래프트에서 돈치치는 3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지명됐다가 5순위로 뽑은 트레이 영과 트레이드됐다. 프로가 되자마자 후순위에 밀리는 수모를 당했던 돈치치는 현재는 리그 최고 스타가 됐다.

강성욱의 또 다른 별명은 ‘마법사 2세’다. 부친은 ‘코트의 마법사’라 불린 프로농구 원년 MVP 강동희(59)다. 강성욱은 아버지처럼 빠른 드리블로 순간적인 패스를 뿌려준다. 원래 아버지처럼 턱 밑에서 슛을 쏘는 ‘코브라 슛폼’이었지만 최근 슛 릴리즈 포인트를 머리 위로 올렸다.

팬들은 “유전자는 무시 못한다”고 한다. 문 감독은 “아버지의 패스 센스와 배짱, 강약 조절이 닮았다”고 했다. 강성욱의 생각은 다르다. “아버지 DNA가 아니라 나의 노력이다. 주변에서 내가 타고났다고 하지만 난 초등학생 때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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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농구 신인 26명 중 가장 돋보이는 수원 KT 강성욱. 등번호 77번을 달고 뛰어 ‘럭키 보이’라 불린다. 김종호 기자

강동희는 2013년 원주 DB 감독 시절 승부조작에 연루돼 제명됐다. 이후 부정방지 교육강사로 나섰다. 강동희는 아들이 상처 받을까 봐 농구하는 걸 말렸지만, 강성욱은 “아빠가 왜 내 꿈을 막느냐”며 울면서 버텼다고 한다. 강성욱은 “아버지가 그런 일이 있다고 저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 ‘강동희 아들 강성욱’ 대신 ‘강성욱 아빠 강동희’로 불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어 아버지 이름에 가려진 꼬리표를 실력으로 떼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기아 시절 강동희-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라 불렸던 허재는 강성욱이 중학생일 때 낚시터에 데려가 “열심히 해서 꼭 프로선수가 돼라”고 격려했다. 지난 21일 강성욱은 ‘허재 아들’ 허훈(30·부산 KCC)과 맞대결했다. 팀은 졌지만 개인기록은 강성욱(10점 5도움)이 허훈(4점 9도움)에 앞섰다. 강성욱은 “톱가드 훈이 형을 상대로 오히려 깨지면서 배웠다”고 했다. 강성욱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신인 1위 기록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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