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견제 가장 중요"…'비핵 3원칙&#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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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대처력 향상을 위한 정책을 검토하겠다."

지난 24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이하 원잠) 도입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원잠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총리 취임 후 공식적인 첫 언급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다카이치 내각에서 원잠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이나 기하라 미노루 (木原稔) 관방장관 등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 “금기시할 게 아니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등의 언급을 통해 원잠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한 이른바 '비핵 3원칙(非核3原則)'을 밝힌 뒤, 원자력을 이용한 무기 논의는 금기시 되어 왔다. 그렇다면, 일본 정치인들은 왜 지금 원잠에 대해 군불을 때고 있을까.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에게 묻고 QnA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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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중앙포토

-일본은 왜 원잠을 원할까.
“원잠은 대양을 걱정 없이 잠항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잠수함으로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장거리 작전이 불가능하지만, 원자력을 연료로 삼는 원잠은 일본 근해를 넘어 인도양이나 태평양까지 작전 반경이 확장된다. 일반 함선보다 속도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기동력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일본이 원잠을 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자유민주당(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10월 20일 연정 합의문을 만들 때도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원잠’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원잠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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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수역에 진입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항공모함 산둥(山東)함. 신화통신

-작전 반경 확대가 왜 필요한가.
“중국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안보 정책은 대중 정책이다. 얼마 전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했지만, 일본은 현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무대를 확장하는 중국의 '해양대군' 행보에 맞서려고 하는데, 가장 필요한 전력이 바로 원잠이다. 예컨대 중국 해군이 대만이든 일본이든 어디를 공격해도 결국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를 차단하려면 잠수함만 한 게 없고, 원잠 전력을 많이 확보할수록 적을 봉쇄하기도 쉬워진다. 또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의 특성을 감안해도 원잠은 방어 체계로서도 가장 우수한 전력 중 하나다.”

-미국에선 어떻게 반응할까.
“애초에 일본이 원잠을 구상하게 된 배경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 전환이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 안보 문제에서 발을 조금 빼고 한국·일본에 역할 분담을 맡기자는 생각이기 때문에 일본의 원잠 보유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원잠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에도 원잠을 허용해주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중요한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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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은 전략적 측면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갈등을 내포한다. [해군 전력시험분석평가단 제공]

-한국의 원잠 추진도 영향을 끼쳤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선 주변국보다 전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달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행법상 원잠 보유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국에서)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고, 이에 더해 호주에 대해 미국이 협력하는 형태로 원잠 전개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호주도 갖게 된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핵무장으로 가는 걸까.
“그렇게 보긴 어렵다. 다카이치 총리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 취임 전 2024년에 낸 저서 『국력연구, 일본열도를 강력하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해 "이제는 비현실적"이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피력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일본 국내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심지어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핵무장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많다. 이 때문에 원잠 추진만 하더라도 기존 법안에 대해 수정을 하든 재해석이 필요할 텐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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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국민대 교수. 중앙포토

-이전 총리들의 입장은 어땠나.
“전 총리이자 국방 전문가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는 원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는데, 기존의 '비핵 3원칙'을 흔들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그 이전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지역구가 히로시마이기 때문에 더욱 부정적이다. 히로시마는 태평양전쟁 때 원자폭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서 '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원잠을 대중 정책의 일환으로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어도 핵무장 논의로 나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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