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일령·내수 진작 두마리 토끼 노린다…‘애국 관광’ 띄우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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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제27회 빙쉐다스제 전경. 신화통신

정말 감격스러워요! 어릴 때 TV에서나 보던 곳에 실제로 와보다니요!

지난 21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 열리고 있는 빙쉐다스제(冰雪大世界)에서 만난 대학생 위안이커(元藝柯)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외쳤다. 허난(河南)성 출신인 그는 TV 속 하얼빈의 모습에 반해 하얼빈 소재 대학교에 지원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빙쉐다스제는 매년 겨울 하얼빈시가 주최하는 대규모 겨울 축제다.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 캐나다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꼽힌다. 17일부터 열린 올해 행사에선 면적이 120만㎡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행사장엔 수십m에 달하는 대형 얼음 건축물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장인 수만 명을 동원해 얼음장을 쌓은 뒤 정교하게 깎아 모양새를 잡은 것이다.

만리장성과 황학루 등 중국의 대표 명소가 투명한 얼음으로 그대로 옮겨졌다. 120m 높이 대관람차도 눈에 띄었다. 커다란 원형 구조물에 달린 17만 개의 LED 전구가 각양각색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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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27회 빙쉐다스제를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이도성 특파원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얼음 건축물의 거대한 스케일에 놀랐다”면서 “성 소피아 성당과 중앙대가(中央大街) 등 하얼빈에 있는 다른 명소도 찾아 가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빙쉐다스제에서 동쪽으로 10㎞ 거리에 위치한 성 소피아 성당 광장에도 관광객이 가득 들어찼다. 1903년 러시아군을 위한 정교회 교당으로 지어진 이곳은 ‘극동의 모스크바’로 불리는 하얼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인근 매장에서 유럽 귀족풍 옷을 빌려 입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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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25일 하얼빈의 이 같은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얼음과 눈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중국 관광 서비스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특히 “빙쉐다스제는 개장일에만 4만 5000명이 넘게 몰렸다”며 “(중국에) 새로운 겨울 여행을 선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하얼빈을 비롯한 중국 내 겨울 관광지 띄우기에 나섰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윈난성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거나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사시사철 따뜻한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행객의 감상도 전면에 내세웠다.

관영 매체의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두 달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중·일 갈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후 시작된 ‘한일령(限日令)’을 통해 멈춰둔 일본행 중국 관광객의 발걸음을 국내 각지로 옮기려는 시도란 것이다. 일본을 견제하면서 내수도 진작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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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대표적인 관광지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11월 일본 방문 중국인은 56만 2600명으로 한 달 사이 15만 명이 줄었다. 양국 간 항공편 수도 급감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편은 이달 1900여 편이 취소됐고 내년 1월에도 2195편이 결항할 예정이다. 취소율이 40%에 달한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업계에 일본행 비자 신청 건수를 줄이라는 비공식적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대형 여행사 담당자들을 소집해 비자 신청을 기존의 60% 수준으로 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일본 여행을 하려는 중국인은 단기 관광 비자가 필요하다.

한일령으로 인한 일본 관광업계의 타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일본 교토에선 주요 관광지 숙박비가 빠르게 하락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싱크탱크 일본종합연구소는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이어질 경우 내년 일본 경제적 손실이 1조 2000억 엔(약 11조 76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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