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찢기고 해진 문화재 되살렸다…'복원 허브' 된 대구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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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 전문 학예사가 권문해유서(예천박물관 소장)의 수리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대구간송미술관

조선 중기 학자인 초간(草澗) 권문해(1534~1591)가 남긴 유서 ‘권문해유서’는 경북 예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지류 문화유산이다. 국내 최초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편찬한 권문해의 유서는 오랜 세월 습해(濕害)와 곰팡이로 주름, 꺾임, 결손, 변색, 충해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였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팀은 오염을 제거하고 결손부를 메우고 일부 접혀 있거나 틀어져 부착된 글자편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렸다. 예천박물관은 수리복원이 완료된 자료를 인계받은 후 국가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역 문화유산 발굴과 관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은 기대하고 있다.

낱장 보관되던 작품 병풍으로 제작

‘권문해유서’뿐 아니라 대구간송미술관이 최근 수리복원한 작품은 총 30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된 ‘공공문화시설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관과 자료는 대구시 소장자료 14건 14점, 대구미술관 소장자료 3건 11점, 예천박물관 소장자료 1건 1점, 총 3개 기관 18건 26점이다. 여기에 대구시민 소장자료 4건 4점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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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 전문 학예사들이 서동균 군자화목(대구미술관 소장)의 수리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경북 지역 내 기관 중 자료(작품)의 중요성과 가치, 수리복원의 시급도, 활용도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소장기관과 논의 후 수리복원을 위한 대상을 결정했다.

대구시가 소장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윤복진 관련 자료’도 대구간송미술관이 수리복원한 대표적 사례다. 이 자료는 가요곡집과 졸업앨범 등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의 활동과 우리나라 동요사를 재조명하는 자료로 중요성을 인정받는 문화유산이었지만, 근대기 제작된 종이 수급이 어려워 수리복원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팀은 자료와 유사한 종이를 직접 제작해 결손부와 낙장 부분에 적용했고, 주변부와 유사한 색으로 색맞춤했다. 수리복원이 완료된 자료들은 지난 5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개최된 전시 ‘수리복원, 기억을 잇다’를 통해 소개되며 지역 출신 아동문학가 윤복진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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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윤복진 관련 자료' 중 '희원학교 진급증서' 수리복원 전 후 모습. 사진 대구간송미술관

부모님 흔적 담긴 개인자료도 복원

대구미술관 소장 ‘군자화목’은 묵죽화로 근대서예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서동균의 작품이다. 장황 없이 낱장으로 보관되던 8점의 작품을 기존 원형인 8폭 병풍 형태로 복원했다. 수리복원과정에서 본래의 작품 배열 순서를 밝혀 작품의 보존성과 전시 활용도를 한층 높였다.

이밖에도 김우범 ‘산수’, 정학교 ‘매죽기석도’는 하축과 족자끈 교체 등 응급처리를 실시했다. 수리복원 후에는 대구미술관에서 체계적인 고서화 관리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류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대구간송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의 협력을 강화했다. ‘군자화목’ 등은 대구미술관의 전시 ‘대구 근대 회화의 흐름’을 통해 내년 초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개인이 소장한 자료들을 대상으로 한 수리복원도 진행했다. 선정된 자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기록한 『독립혈사』, 지역 공익단체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대구로타리클럽 가입승인서’, 부모님 삶의 흔적이 담긴 ‘경북대학보’와 ‘혼서’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수리복원을 진행한 자료들은 12월 소장가에게 전달됐으며 자료의 특징에 따른 안전한 보존·관리 방법을 함께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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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수리복원 공모사업 '경북대학보' 수리복원 전후 모습. 사진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2025년도 지역공헌 수리복원 성과를 기반으로 지역 지류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확대를 위한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통한 관람객과 수리복원에 관한 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공기관 협력과 시민 참여 범위를 더욱 넓혀 지역 문화자원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이하나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팀장은 “올해 진행한 수리복원 지원사업은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소중한 자료들이 다시 온전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시민들과의 협업을 더욱 확대해 지역사회가 소장한 지류문화유산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동시에 ‘대구·경북 수리복원 허브’로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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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수리복원 전문학예사와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대구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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