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센터' 공연 거부 확산…트럼프 측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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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덧붙여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된 뒤 예술인들의 공연 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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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명예의 전당 수상자 리셉션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실베스터 스탤론, 조지 스트레이트, 키스, 글로리아 게이너, 마이클 크로포드를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케네디센터의 사무국장을 맡은 리처드 그레넬은 “공연을 취소한 예술가들은 전임 ‘극좌 리더십’에 의해 섭외된 사람들”이라며 이번 사태를 이념 논쟁에 기반한 ‘문화전쟁’으로 끌고가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표현의 자유…‘트럼프센터’서 못해”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즈 7중주단 ‘쿠커스(the Cookers)’는 31일로 예정됐던 케네디센터 신년 전야 공연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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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라는 글자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문화의 상징물인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자신이 직접 임명한 이사회의 의결을 근거로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커스는 성명을 통해 “재즈는 자유에 대한 투쟁과 끈질긴 고집에서 태어났고, 이는 사상과 표현 그리고 완전한 인간의 목소리에 대한 자유”라며 “우리는 분열을 심화하기보다 그 너머에 닿는 음악을 연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공연 취소 사유를 밝혔다.

재즈 악단의 드러머 빌리 하트는 NYT에 공연장의 명칭 변경이 분명히 일정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트럼프센터’가 된 정치적 공간에선 표현의 자유가 발현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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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들이 분홍색 개구리 의상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이사회가 케네디센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추가하기로 표결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무용단 ‘더그 바론 앤드 댄서스(Doug Varone and Dancers)’도 내년 4월 2차례 창단 40주년 기념 공연을 취소했다. 무용단장 바론은 “공연 취소로 4만 달러(약 58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도 “재정적으로는 큰 손실이지만, 도덕적으론 아주 신나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성탄 전야 재즈 콘서트가 명칭 변경에 항의하며 취소됐고, 내년 1월 14일 공연 예정이던 프크 가수 크리스티 리도 공연 계획을 취소하며 “이게 내 생계 수단이지만 내 진실성을 잃는 건 어떤 급여보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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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추가되는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방위군 병력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투입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치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케네디센터 공연을 취소한 사례는 최소한 7건에 달한다. 3월 공연 입장권을 이미 완판한 배우 이사 레이는 “(명칭 변경은)예술가들을 충실히 기려온 기관의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판매된 티켓은 모두 환불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 이상 증세…좌파의 정치 행위”

그레넬은 성명을 통해 “예술을 지지한다며 예술을 보이콧하는 것은 정신 이상 증세의 일종”이라며 “(공연 취소는)좌파 정치 활동가들의 행위”라고 비난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선 “공연을 취소하는 예술가들은 (센터의)전임 극좌 리더십에 의해 섭외됐다”며 “공연 취소는 전임 팀이 극좌 정치 활동가 섭외에 더 신경을 썼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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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크리스마스 공연을 취소한 재즈 드러머 척 레드에 대해선 1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소송을 예고했다. 그레넬은 척 레드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의 저조한 티켓 판매 실적과 기부자 부족에 이어 막판 취소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정치적 쇼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청구한다”고 했다.

척 레드는 지난 19년간 케네디센터의 재즈 공연을 진행해왔고, 이번 공연은 20주년를 기념하는 형식으로 준비됐다. 그러나 센터의 명칭이 변경된 직후 20주년 공연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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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트럼프-케네디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이 케네디 전 대통령과 관련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레넬은 이어 “일부 출연 예정자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CNN과 워싱턴포스트(WP)가 출연 예정자들에게 ‘트럼프-케네디센터 보이콧’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통 미디어는 좌파 활동가와 다르지 않고, 이를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만장일치 결정”…“내 지지율은 64%”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케네디센터 이사회가 트럼프의 이름을 워싱턴의 상징적 공연장 명칭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는 글과 함께 여러 건의 보수 성향 매체들의 기사 링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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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사회는 사실상 자신의 ‘거수기’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케네디센터에서 더 이상 드래그쇼(남성의 여장 공연)나 반미 선전은 없을 것”이라며 이사진을 측근들로 모두 교체하고 스스로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예술의 영역까지 사실상 정치의 잣대로 접근하면서 불거진 이번 사태에 대해 현지에선 단발적 공연 취소가 아니라 진보 예술계와 보수 행정부 간 ‘문화 전쟁’이 전면화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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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문화적 상징물인 '케네디센터'의 이름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보수 매체의 기사 등을 연이어 게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센터 관련 언급에 이어 “여론조사는 작가들의 창작보다 훨씬 조작됐다”며 “실제 (지지율) 수치는 64%”라고 주장했다. 구체적 근거는 대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력한 국경, 제로(0) 인플레이션, 강력한 군대, 훌륭한 경제는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적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부분 30%대로 하락했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정권이 흔들렸던 바이든 때보다도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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