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꽃과 여인'으로 삶을 표현한 화가, 천경자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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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주체적이고 독보적인 화풍으로 생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천경자 작가에 대해 알아보러 갈까요.
슈퍼스타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전
천경자(1924~2015) 화백은 생전에 많은 사랑을 받은 당대의 예술계 슈퍼스타로, 2015년 타계 전까지 국내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다는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색과 선은 독창적인 감성을 자아냈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194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 한국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여성과 자연, 감정을 중심으로 한 인물화가 특징으로 꼽히며 사실적인 묘사보다 내면과 심상을 강조한 작품으로 명성을 쌓았다.

천경자 화백을 조명한 전시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특히 천 화백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1960~70년대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가 당당했고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여성을 작품으로 보여줬고, 우아한 선과 정련된 색채, 세련된 형태 감각으로 전통적인 한국 회화를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1973년 국내 1호 상업 갤러리인 현대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이다. 당시 천 화백의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는데, 미술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최초의 전시로 여전히 회자된다.
이에 서울미술관은 천 화백 탄생 101주년이자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과 작품을 다시금 조명하고자 특별기획전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를 선보였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그가 그린 회화 80점을 비롯해 삽화·여행기 사진·편지 등 작가의 삶을 총망라한 전시다. “천 작가의 그림에서는 인물의 눈빛과 자세, 색채 배치가 특히 중요해요. 단순히 외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그 인물의 감정과 내면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죠. 이러한 화풍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서울미술관 김현주 전시기획팀장의 설명처럼 천경자는 단순한 화가를 넘어 한 시대의 미술적 흐름과 여성 작가의 가능성을 확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천경자 화백은 우아한 선과 정련된 색채, 세련된 형태 감각으로 전통적인 한국 회화를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1976년 완성된 대형 채색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킬리만자로와 초원을 배경으로 치타·얼룩말·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며 이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1970년대는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는데요. 1974년, 천 작가는 20년간 재직했던 홍익대학교 교수직을 사임하고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당시 아프리카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는 킬리만자로 산과 초원, 동물들을 배경으로 낯선 감성을 더한 작품들을 선보였죠. 그 대표작이 바로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와 ‘초원 Ⅱ’이고요.”
‘초원 Ⅱ’는 아프리카 여행과 자전적 내용을 결합한 기행화이자 풍경화, 그리고 자화상으로 알려졌다. 치타·얼룩말·물소·사자·영양·코끼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아프리카의 드넓은 노란 들판과 오아시스 주변에 평화롭게 모여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채색법이 잘 드러난 이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석채로 인해 화면 전반이 은은하게 반짝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한국 여성작가 최초로 20억원대의 경매가를 기록한 것으로도 주목받았다.

천 작가의 여성초상화를 대표하는 작품 ‘고(孤)’는 사실 천경자 자신의 외로움을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천 화백의 여성초상화를 대표하는 작품 ‘고(孤)’는 천경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머리에 꽃을 얹은 여인’의 모습으로, 우수와 고독이 서린 듯 눈물을 글썽일 것 같은 슬픈 눈망울과 다문 입술 위에 얹힌 은은한 미소가 특징인 전형적인 미인을 그렸다. 옆모습으로 그려진 여인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 동공은 얼핏 관객을 향해 있는 듯하다. 웃고 있지만 어딘지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오묘한 표정의 이 여인은 사실 천 화백 자신의 외로움을 상징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여성 인권이 잘 보호되지 않던 1960~70년대 그는 주변의 실제 모델을 그리며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의 한과 욕망, 불안한 미래에 대한 꿈과 환상이 뒤섞인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냈는데, ‘고(孤)’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말해주고 있다.
“천경자 작가님은 꽃과 여성을 많이 그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전서진 학생기자 질문에 김 팀장은 “꽃은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시들고, 영원히 아름다울 수는 없잖아요. 천 화백은 그런 꽃의 속성이 여성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역시 꽃처럼 아름답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고 늙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고자 꽃을 자주 그렸다고 합니다. 또한 꽃과 여성을 그리며 큰 위안을 받았다고 해요”라고 설명했다.

천 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 초원을 담았다.
독보적인 작가로 명성을 쌓아온 천 화백에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미인도 위작 논란’이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그의 작품 세계가 온전히 조명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는 김 팀장은 “위작 논란에 집중하기보다 천 화백 작품과 삶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며 천 화백이 사회에 저작권과 작품을 환원한 최초의 화가였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자신의 작품과 화구를 기증한 천 화백은 ‘나의 그림이 일반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모든 저작권을 서울시에 위임했습니다. 이는 ‘평생을 바친 예술혼의 선물’로 불리며 큰 울림을 남겼죠. 이렇듯 천 화백은 시대를 앞서나간 예술가이자 여성으로서 예술의 주체가 된 선구자로,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서우·전서진 학생기자와 고가람 학생모델 (왼쪽부터)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미술관을 찾아 올해 탄생 101주년을 맞은 천경자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
장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01 서울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화요일 휴관, 입장은 오후 5시 30분 마감)
관람료 성인 2만원, 학생 1만5000원, 미취학 아동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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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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