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링크보다 더 찼던 ‘세상 얼음’…다 깼으니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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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33)이 링크를 떠난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SNS에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31일 중앙일보에 “2024년까지 대표팀에서 뛰었지만, 내 전성기는 평창 올림픽 때다. 벌써 7년이 지나 지금이 은퇴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정도 힘들었다고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진실을 알아 주신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2014년부터 동계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했고, 2018년 평창 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선 은메달을 땄다. 그는 2017년 강릉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인생 경기로 꼽는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질주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김보름처럼 기구한 시련을 겪은 선수도 없다.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 이후 불거진 ‘왕따 주행 가해자’로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동료 노선영은 레이스 막판 뒤로 처졌고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보름이 순식간에 ‘국민 공적’이 됐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뒤 링크 위에서 큰절을 올리며 사과했지만 세상은 링크의 얼음처럼 차가웠다.
김보름이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큰절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약을 먹지 않고는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때도 많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 올림픽 이후 감사 결과 여자 팀추월에서 고의적인 따돌림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억울함을 벗은 김보름은 2010~2018년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와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김보름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매스스타트 5위를 차지했다. 경기 사흘을 앞두고,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김보름은 소셜미디어에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 또한 지나왔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운 날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누구보다 훈련량이 많았다고 망설임 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 새벽 5시에 나가 11시반까지 훈련하고, 다시 오후 2시 반에 나가 6시까지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8시 반부터 10시까지 3탕씩 했다.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 중앙포토
최근 야구 예능에도 출연한 그는 진로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 여러 일들을 경험한 만큼 멘탈적으로 후배들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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