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V'자 푹 주저앉은 다리, 방치중인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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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은 울산 중구 다운동. 태화강국가정원 공영주차장 옆을 따라 200여 m를 걸어가자 난간이 무지개색으로 칠해진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230m, 폭 5m의 콘크리트 보행교. 울산 중구와 남구를 잇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옛 삼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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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도심의 보행교 '옛 삼호교'가 주저앉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가까이 다가서자 다리 입구에는 '보행로 없음'이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몇 발짝 안으로 들어서자 다리 중간쯤 바닥이 움푹 꺼져 있었다. 옆으로 돌아가 살펴보니 일부 구간이 'V'자 형태로 주저앉아 있었다. 마치 엿가락이 휘어진 듯, 바닥은 최대 1~1.5m가량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도심의 보행교가 붕괴 위험에 노출된 채 반년째 방치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옛 삼호교가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울산에 최대 33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태화강 수위가 상승했고, 이 과정에서 다리 아래 지반이 약해지며 침하가 발생했다. 다행히 당시 다리를 건너던 사람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 중구청은 두 달간 침하 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다리 하부를 보호해 붕괴를 막는 역할을 하는 기초 보호 구조물이 유실된 사실이 확인됐다. 다리 건설 당시 설치됐던 목재 말뚝과 주변 콘크리트 일부가 빠져나가거나 사라진 상태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강한 물살로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옛 삼호교가 내려앉은 지 해를 넘겼지만, 주민 통행만 통제된 채 달라진 것은 없다. 다리를 이용하던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만 쌓여가고 있다. 주민들은 다리 통제로 10여 분을 돌아 다른 다리(삼호교)를 이용하거나, 위험을 감수한 채 인근 차량 전용 교량을 건너고 있다. 인근 산책로에서 만난 80대 주민은 "평생 오가던 길을 하루아침에 못 쓰게 되니 답답함이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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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도심의 보행교 '옛 삼호교'가 주저앉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다리 건너편인 울산 남구 삼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안전한 통로 확보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옛 삼호교 침하로 시장 가는 길과 출·퇴근길, 산책로까지 한꺼번에 끊겼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200명의 서명이 담긴 '신속한 대체 통행로 확보 요구서'를 다리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에 전달했다.

옛 삼호교 문제는 최근 기초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다리가 내려앉기 이전부터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있었지만, 제때 손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울산 중구의회 정재환 의원은 "여름 폭우로 발생한 옛 삼호교 침하는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며 "2021년부터 매년 안전점검에서 물살에 의해 다리 기둥 아래 땅이 조금씩 파이는 문제가 확인됐지만, 보수나 보강 기록은 중구청 자료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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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도심의 보행교 '옛 삼호교'가 주저앉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이와 별도로 다리 침하 이전 지난해 초 중구청이 국가유산인 다리 난간에 별도 신고 절차 없이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해 논란을 빚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옛 삼호교가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배경에는 '문화유산'이라는 지위가 있다. 다리는 1924년 준공된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 다리이자 태화강에 놓인 첫 교량이다. 2004년 9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보강이나 복원 과정에 울산시, 국가유산 청과 협의가 필요하다. 이에 중구청은 옛 삼호교 전 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구조 보강, 복원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울산시를 통해 국가유산청에 8억원 상당의 예산 배정을 요청한 상태다. 예산 교부 결정이 나면 본격적인 다리 복원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와 예산 확보, 정밀진단 등 사업 절차 과정이 있다 보니 다리 복원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이라며 "주민 안전을 고려해 대체 통행로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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