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하메네이, 러 망명 비상계획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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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EPA=연합뉴스

이란 전역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정국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경우에 대비해 국외 탈출을 포함한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서방 정보기관의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하메네이가 군과 보안 병력이 시위 진압에 실패하거나 명령에 불복·이탈할 경우를 가정한 이른바 ‘플랜B’를 마련해 두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수도 테헤란을 떠나 측근과 가족 등 최대 20명 규모의 소수 인원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플랜B는 하메네이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로 거론되는 모즈타바를 포함한 극소수 최측근을 위한 것”이라며 “탈출에 대비해 해외 자산과 부동산, 현금을 확보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타임스는 해당 정보 보고서의 구체적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망명지로는 러시아 모스크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란 혁명 이후 망명해 수십 년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 활동한 베니 삽티는 “하메네이가 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모스크바뿐”이라며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하고, 이란과 러시아의 문화적 유사성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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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이란 테헤란 시내 고가도로 위에서 시민과 상인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에선 화폐가치 급락 등으로 인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방 정보기관의 심리 분석 보고서는 하메네이가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전쟁 기간 벙커에 은신하며 생존에 대한 강박이 커졌고, 이후 공개 활동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충성파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지만, 군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만큼은 체제 유지에 치명적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화폐 가치 폭락과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했다. 시위는 점차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정치 구호로 번지며 격화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지금까지 최소 15~20명가량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바시즈 민병대, 경찰과 군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하메네이는 지난 3일 국영방송 연설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종교도시 곰(Qom) 등 체제의 상징적 지역에서도 시위가 발생하면서 정권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한편 하메네이는 ‘세타드(Setad)’로 불리는 거대 자산 관리 체계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2013년 기준 그의 자산 규모를 약 950억 달러(약 137조 원)로 추산한 바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가자도, 레바논도 아니다. 우리는 이란을 원한다”는 구호가 등장하는 등 해외 개입보다 민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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