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서반구는 내 것" 동맹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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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를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군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 법정에 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속한 서반구(西半球)에 대한 패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법원 출석을 위해 호송되고 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중남미 국가들이 5일(현지시간)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경계감을 드러낸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들도 어정쩡한 입장을 냈다.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종료로 공개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일단 넘겼다.
美 “서반구는 미국 것”…“인류 멸망” 경고도 나와
이날 미 국무부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의 최상단 고정 게시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이곳은 우리의 반구(This is OUR Hemisphere)”라는 글이 올라왔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의 최상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이곳(서반구)은 우리의 반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신규 게시글이 게시되더라도 최상단에 위치한다. 국무부 소셜미디어
CNN은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속한 서반구에 대한 패권 확대를 너머, 서반구를 사실상 미국이 소유한 ‘앞마당’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곳은 서반구이고, 우리(미국)가 사는 바로 이곳”이라며 “미국은 서반구가 미국의 적대국, 경쟁국, 라이벌들의 작전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마이크 왈츠 미국 유엔 대사가 미국 공습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및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체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보리 회의에 증인으로 참여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조치는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 또는 사용을 금지한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어긴 불법”이라며 “이사회가 해당 조항을 포기할 경우 핵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때린’ 국가 총출동…“제국주의 부활”
이날 회의엔 안보리 15개 회원국과 베네수엘라 외에 쿠바·멕시코·브라질·칠레 등 서반구 국가들과 덴마크·이란 등 10여 개 국가가 발언권을 얻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9일,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주)로 향하는 중 멕시코만 상공을 비행 중인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멕시코만을 '아메리카 만'으로 개명하는 대통령 선언문에 서명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바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콜롬비아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다음 타깃으로 지목한 곳이고, 이란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한 병합 가능성까지 내비친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다.

트럼프 서반구 '돈로주의' 행보. 연합뉴스
콜롬비아는 트럼프가 눈독을 들이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사무엘 몬카다 주유엔 콜롬비아 대사는 “미국의 행위는 주권과 정치적 독립,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미국 불법 행위의 목적은 원유 등 천연자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한 '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타깃으로 지목된 쿠바는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비정상적 교리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는 낡은 ‘먼로 독트린’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파시스트적 침략으로 목표는 영토와 천영자원에 대한 지배권 장악”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28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그린란드에 위치한 미군 우주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을 받은 덴마크도 “국경의 불가침성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닌 국제법에 명시된 보편적이고 신성불가침의 원칙”이라며 “베네수엘라인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 국민과의 연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예상된 중·러의 맹비난…반미 연대 강조
중국과 러시아는 예고한 대로 미국을 맹비난하는 한편, 비동맹진영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넓은 반미(反美) 연대 구축을 시도했다.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충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패권적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은 지역 국가 및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 자원에 대한 무제한적 통제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패권적 야망 실현이라는 범죄적 작전의 목적도 숨기지 않는 전례 없는 냉소주의에 경악한다”며 “미국은 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새로운 추진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5월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난감해진 동맹국…임기 끝난 韓 입장 유보
주목할 대목은 영국과 프랑스 등 미국의 동맹들도 온전히 미국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임스 카리우키 영국 차석대사는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다”면서도 군사 작전을 옹호하거나 마두로 체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가로질러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해군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며 "미국만(Gulf of America) - 또 하나의 트럼프 개발 사업"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보나퐁 프랑스 대사는 “미국의 군사 작전은 평화적 분쟁 해결과 무력 사용 금지 원칙에 반하고, 유엔의 기초를 약화시키며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적) 전환은 오로지 베네수엘라인에 의해 베네수엘라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었던 한국은 임기 종료로 회의에 참석할 의무가 없어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 5일 외부교가 발표한 성명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현지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는 극히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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