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 석유 접수’ 속도내는 美정부…트럼프도 ‘수혜주’,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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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통제권 ‘접수’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주 미 에너지부 장관이 석유 업계 경영진들과의 회동에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인프라를 미국 석유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속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지원할 수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18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짧은 시간에도 가능하겠지만 막대한 돈이 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인프라 재건 18개월이면 충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은 석유기업들의 ‘선(先)투자 후(後) 수익보전’ 형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고 석유기업들이 지출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뒤 나중에 미 정부가 보전해 주거나 수익을 통해 보전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약 3000억 배럴로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이지만 지난 3일 미군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임 우고 차베스 정권 때부터 본격화된 석유 산업 국유화로 인프라가 상당 부분 황폐화했다. 미 메이저 석유기업 상당수가 철수하고 산업 시설이 강제 몰수되는 과정을 겪으면서다. 이로 인해 차베스 집권 이전인 1990년대 후반 하루 약 300만 배럴 수준이던 원유 생산량이 최근 약 70만 배럴로 과거 대비 약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허물어진 인프라를 복구해 과거 수준의 일일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향후 10년간 총 10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기업들을 통한 생산량 증가가 유가를 낮출 것이라며 “석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를 갖는 것은 유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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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 및 불법 자금 세탁 등 혐의로 미군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헬기장에 내린 뒤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출두하기 위해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 에너지부, 석유업계와 재건 논의 전망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오는 8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골드만삭스 에너지·청정기술·유틸리티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석유업계 경영진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활성화 및 에너지 인프라 복구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셰브론과 코노코필립스 등 주요 석유기업 임원들이 참석하는데, 특히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아직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이다. ‘확고한 결의’라는 이름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이 끝난 이후 처음 개장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셰브론 주가는 5.10% 급등했다. 코노코필립스와 엑손 모빌도 각각 2.59%, 2.21% 뛰는 등 석유·에너지 기업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다만 석유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인프라 재건 프로젝트에 신중한 기조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네수엘라 정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지지율 42%…전월 대비 3%P↑

트럼프 대통령도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확고한 결의’ 작전의 정치적 수혜자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4·5일 이틀간 미국 성인 124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2%로 12월 조사 때보다 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베네수엘라 공격이 부른 지지층 결집 효과로 분석된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 제거를 위한 미군의 군사작전을 놓고는 찬성(34%)과 반대(34%)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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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통치(run)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관여가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 향후 한 달 내 베네수엘라 새 대통령 선거 가능성에 대한 진행자 물음에 “아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국민들이 투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도 했다.

“베네수한달 내 선거 불가” 관여 장기화 시사

베네수엘라는 전날 미국에 협력 의사를 보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중심으로 체제 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해 온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부재에 따른 통치권 공백을 막기 위해 이날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에서 마약 테러 공모 등 혐의로 미국 뉴욕 법정에 선 마두로를 여전히 ‘대통령’으로 불렀다. “저는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면서다. 임시 대통령 선서는 이날 국회의장에 취임한 호르헤 로드리게스 의장 앞에서 진행됐는데, 신임 국회의장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친오빠다. 로드리게스 부통령 남매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동시에 장악한 셈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위한 미군 공격에 지지 의사를 보이는 사람들을 검거하겠다는 내용의 비상선포문을 발표했다. 해당 선포문에는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인프라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국내 이동 제한 ▶집회·시위 권리 정지 등이 포함돼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 있어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 작전 이전에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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