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과학기술부장 영접, ‘경제1책사’ 등장…中, 경제협력 앞세운 이유
-
6회 연결
본문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인허쥔 국무원 과학기술부 부장(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17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공항 영접에 나온 중국 측 인사는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였다. 차관보급이 나와 ‘홀대론’이 일었던 것과 별개로, 외교 라인의 공항 영접은 일반적이었다.
반면 지난 4일 국빈 자격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온 인사는 외교 라인이 아닌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이었다. 과학기술부는 미국과 기술 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전면 개편한 조직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를 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외교 라인이 아니라 과학기술부장이 공항에 나왔다는 건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을 외교·안보 분야 성과보다도 경제, 공급망 문제, 미래산업·과학기술 협력에 더 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국 베이징(北京市)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로 9년 만에 성사된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서 한·중 간 경제협력 논의는 과거보다 폭넓게 이뤄졌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발언과 공식 발표에서 북핵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과 상반됐다. 2017년 문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 등 북한 문제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베이징에서 한 브리핑에서 “실질적인 협력 확대를 위해 양국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관광, 엔터, 게임 등 소비재,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5일 오전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허리펑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가 참석했다는 것은 눈에 띄는 점이었다. 김 실장은 “중국은 4명의 부총리가 있는데, 허 부총리가 경제 정책의 제1책사”라며 “경제 정책의 콘트롤 타워”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선 양국 기업 간 총 32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대한상의가 밝혔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가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6일 “기업 주도의 MOU라는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정부 간 MOU에선 ‘협력 의사가 있다’는 정도에 그치는데 이번엔 각 분야의 관심 있는 기업들이 나섰다는 건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중 정부는 정상회담 직후 14건의 MOU를 맺기도 했다. 이 중 10건은 경제협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이다. 특히 MOU를 통해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과 중국 상무부장(장관급)이 정례적으로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한 점에 대해선 경제 교류 재개를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보다 경제협력 논의가 폭넓게 이뤄진 건 중국의 경제협력 수요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지현 팀장은 “글로벌 역학관계의 영향으로 중국이 한국과 경제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사이가 나쁜 상황에서 한국까지 중국에 등을 돌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핵이나 대만 이슈 등에서 한·중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으냐. 외교·안보 이슈는 상대적으로 양쪽 모두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실용외교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 압박을 벗어나는 측면에서 서로 경제협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과거엔 중간재 생산은 한국, 최종재 조립은 중국이었지만 지금은 한·중이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변화된 산업 환경에서 양국 모두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