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야한다"는 中 훈계조 발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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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 “깊은 우정과 확고한 신뢰”(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방점을 찍었고, 중국은 “보호주의에 함께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6일 중국 신화사 공식 보도)며 미국을 겨냥하는 입장에 ‘전략적 동조’를 요구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기간 막혀 있던 양국 관계의 혈은 뚫렸지만, 주요 안보 현안에서는 이견을 확인한 채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더 많은 외교적 난제를 받아들었다.
이 대통령은 5일 시 주석에 이어 6일에는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서열 1~3위를 모두 만났다. 의전 측면에서는 9년 만에 이뤄진 국빈 방문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문서화된 결과물이 안 나왔다. 중국이 최근 러시아나 이란, 브라질 등 입장이 유사한 국가에 대해서만 정상회담 결과물을 내놓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역대 한국 정상이 국빈 방중한 뒤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가 나오지 않은 건 1차 북핵위기와 겹친 1994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이 심했던 2017년 말고는 처음이다. “공동성명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면 새해 벽두부터 국빈 방중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6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양자 간 주요 현안 합의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나 후속 조치가 따르지 못한다면 2개월만의 정상회담이 지니는 전략적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며 “양해각서(MOU) 체결은 협력 범위 확장을 의미하지만, 실행 여부는 숙제”라고 말했다.
현안인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단계적 문화 콘텐츠 교류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고, 세부 사항 협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는 정도의 결론만 나왔다. 서해 구조물에 대해서도 “건설적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안에 차관급 해양 경계 획정 공식 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건 구체적 진전이지만, 회담이 열려도 기존의 의견 대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원래 실무선에서 합의가 어려운 사안도 최고지도자들이 만나면 정치적 결단을 통해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게 정상회담의 ‘미덕’인데, 실질적으로 결론을 낸 건 없는 셈이다. 또 청와대가 서해를 “공영하는 바다”로 표현한 건 향후 중국의 권리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향후 서해 구조물을 ‘철거’가 아닌 ‘협의’의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측 발표문을 보면 시 주석의 발언 상당 부분과 이 대통령의 발언 일부로 구성됐고, 양 정상이 ‘합의했다’는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소개된 시 주석의 발언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 등 문장 대부분이 ‘应’(마땅히 해야 한다)와 ‘要’(해야 한다) 등으로 표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참모들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SNS
다자주의를 언급하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한 건 베네수엘라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사실상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압박한 것으로, 훈계조로 들릴 여지도 있는 발언들이다. 위 실장은 회담에서 “주요 국제 정세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다.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입장들도 있지만, 대립적이거나 논쟁적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한국이 동맹 현대화 등 이슈에서 과도하게 미국에 경사되는 것을 막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5일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 마련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중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관심을 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견인과 관련, 위 실장은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발표에는 한반도 관련 내용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위 실장은 “중국이 지금도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계속 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반미연대의 한 축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사실상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는 없다는 걸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측 자료에도 비핵화라는 단어는 없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국 스스로 비핵화 목표를 흐렸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중·일 갈등의 시발점이 된 대만 해협 문제를 두고 한·중 간에 공개적 파열음은 없었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 관해 새로운 요구가 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는데, 이런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고 설명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중국 역시 국문과 중문 발표에서는 이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을 견지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신화통신 영문판은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adheres to the one-China principle)”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원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입장 존중’이라고 하는데, 이를 또 왜곡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 뒤 이어진 국빈만찬에서 중국 인민군 군악대가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히트곡 ‘누가 우리 고향을 좋다고 말하지 않겠소’를 연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노래는 1940년대 국공내전 당시 공산당이 대승을 거둔 멍량구(孟良崮) 전투를 다룬 영화 ‘붉은 태양(紅日)’에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측이 선곡 자체로 ‘대만 문제는 이미 80여년 전 정리된 중국의 내정’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을 국빈으로 환대하면서 다소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군은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지난 4일 미사일 전력인 로켓군 등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새해 훈련을 진행했다. CC-TV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남중국해, 대만해협까지 사정권에 넣는 극초음속 미사일 DF(둥펑·東風)-17이 포착됐다. 연례적인 모의발사 훈련이긴 하지만, 이를 조정 없이 시행한 건 이 대통령 국빈 방중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만나기 몇 시간 전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기도 했다.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 이뤄지는 중에 이례적으로 다른 국가와 ‘겹치기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방적 괴롭힘 행위가 국제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타국 국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을 저격한 것인데,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셈이다.
중국은 과거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고리로 한국이 대일 견제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은 거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며 “오늘날 더욱 손을 맞잡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수호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발표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중은 함께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공동으로 맞서 싸웠다”고 말했다. 다만 위 실장은 “역사적인 (항일)유적지를 잘 보존하자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우리 차원에서 항일전쟁을 언급한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이 대통령이 중국 측의 노골적인 반일 전선 동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실용주의란) 원칙 기조를 잘 유지하는 선에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세운 미술관 앞을 80여년간 지켜온 사자상이 중국으로 돌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일 중국 국가문물국과 함께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석사자상 한 쌍을 중국에 기증하는 내용의 협약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렸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도 현장에서 함께했다. 간송미술관의 사자상은 중국 청나라 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가 1.9m, 무게가 1.25t에 이른다. 사진은 간송미술관 보화각 정문에 배치된 석사자상 한 쌍. 연합뉴스
그럼에도 이번 방중이 곧 이뤄질 방일에도 영향을 미칠지 외교가는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7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 정부 옛터 방문에 대해 중국 현지 매체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정치적 메시지”라며 군불을 떼고 있다.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6일 게시글에서 “이 대통령이 이 장소를 선택해 중국과 함께 ‘항일’의 역사적 기억을 되짚는 것은 일본을 향해 역사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썼다. 한·중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간송미술관이 보관해 온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쌍을 중국 측에 기증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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