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잡아내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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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고장난 차량. 사진 픽사베이
정부가 자동차사고 경상 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8주 룰'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도 시행 시 8주 이상 치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심의 기구가 월 최대 약 4만건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만든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관련 '관계기관 협의회' 운영 계획 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2월 국토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동차 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다.
대책의 핵심은 상해 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자동차사고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심의에서 정한 기간을 초과한 치료비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의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가 8주 초과 치료 기간의 적정성 검토를 맡고, 이의 제기 건은 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서 심의·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책의 관건으로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심사 체계 구축이라고 제시됐다. 지난해 12월 자배원이 검토·심의 업무량을 산출한 결과, 연간 검토 건수는 최소 16만707건에서 최대 52만8429건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이의 제기 건은 13.62%로 예상됐다.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전문의를 통한 검토는 최대 4만4035건, 분쟁 심의는 약 5997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추산을 토대로 회의 자료에서 "심사 인력과 기준 수립, 검토 절차 전산화 등 제도 운영 기반 조성을 위해 정부와 의료·보험 업계 간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8주 이상 치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의 물량이 지나치게 많아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월 4만 명 이상 환자를 한 달에 1~2번 모여 심의하게 될 텐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개별 사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심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등은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를 막는 등 자동차보험 부정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마련해 오는 3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막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본격 시행 전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협의회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협의회는 국토부·금융위·금감원·자배원과 함께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4개 단체, 손해보험협회, 4개 보험사, 공제조합 대표로 일단 구성됐다.
이를 두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의료계나 보험사는 모두 이해 당사자로, 보험 계약자인 소비자가 협의회에 빠져 있어 심각한 문제"라며 "향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환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 협의회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회는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 단계를 반영한 것으로, 회의 자료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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