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동혁, 135일만에 계엄 사과…지지율 쇼크, 변화 요구에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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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 전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장 대표는 7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당시 여당으로서 책임이 크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지 135일 만에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지지율 부진에,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분출하자 전향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줬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켜온 당원들도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35일 전 계엄 1주년 때만 해도 장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회견에선 비교적 선명하게 계엄에 대한 반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 의지를 밝히진 않았다. 이날 입장문에서 ‘윤석열’이라는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 대신 “과거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 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 가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과 거리 두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지만, 결국 단절까진 이르지 못했다”며 “장 대표의 지지 기반이자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주황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장 대표가 직접 색상을 골랐다고 한다. 그는 이날 줄기차게 주장하던 ‘자강론’ 대신 “정치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막는데 뜻을 같이한다면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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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계엄 사과 발표는 기자회견 당일까지 측근 극소수만 알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장 대표는 입장 발표 50분 전까지 직접 문구를 수정했다.

회견까지 장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1일 장 대표의 면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을 만큼 참았다”(당 신년인사회)며 계엄 사과를 요구했고, 김도읍 의원은 계엄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며 5일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놨다. 전날 밤엔 오 시장과 4선 중진인 안철수 의원이 회동한 뒤 “잘못된 과거와 절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부진한 신년 여론조사에 충격을 받은 다른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입장을 낼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당 관계자는 “이대로면 지도부가 외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고 전했다.

일부 측근들은 ‘박근혜 사과 모델’을 들어 장 대표를 설득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을 석 달 앞둔 2012년 9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에 대해 사과했고, 한광옥·한화갑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을 영입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당 관계자는 “계엄을 털지 않고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골든크로스는 불가능하다고 의원들과 측근들이 장 대표를 설득했고, 결국 사과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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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시장 공관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잘못된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시작하는 선언을 환영한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장 대표의 고심 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과 단절이 없는 반쪽짜리 사과”(재선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의원은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텔레그램방에서“어떻게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나”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의 혁신안은 재건축이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장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야권 연대와 분열된 보수 통합, 그리고 쇄신이다. 이번 회견으로 장 대표가 야권 연대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지만, 개혁신당은 여전히 선거 연합에 거리를 두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핵심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회견이었다. 선거 연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의혹’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남아있다. 6일 윤민우 가천대 교수가 윤리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부산 지역 의원은 “징계든 아니든 당의 내홍이 격화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악재”라고 했다.

부진한 당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 할지도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그간 당의 발목을 잡았던 계엄 굴레에서 벗어난만큼 이재명 정부의 실정, 공천 헌금 파동 등 민주당의 리스크를 발판 삼아 반등할 여지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초선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없이 골든 크로스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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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혹평을 쏟아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를 겨냥해 “철 지난 썩은 사과라도 좋으니 ‘비상계엄 내란에 정말 죄송합니다’란 사과를 듣고 싶다”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윤석열과의 절연도 없는 말뿐인 사과”라고 비판했다. “호박에 줄 그어도 호박”(강득구), “결국은 양두구육”(박홍근), “당명 개정으로 내란 세탁”(문금주)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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