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반도 평화 "제도화" "입법" 언급한 李…대…
-
3회 연결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순방 중에 "한반도 평화에 관한 문제라면 지금이 기회"라며 이를 "쉽게 뒤집지 못하게 제도화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맥락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제도화'를 제안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서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분명한 언급 없이 불가역적인 평화만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상하이시에서 열린 순방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7일 중국 상하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간담회에서 "제도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입법을 해놓든지, 아니면 조약을 맺어놓든지. 문서상 번복할 수 없는 합의를 해 놓는다든지 그러면 마음대로 못 뒤집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합의의 대상이나 주체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어 "지금이 어쩌면 기회"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도 한반도 핵 문제를 현실적으로 실용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도 그렇고, 중국도 그랬으면 좋겠고, 이런 측면에서 좋은 기회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실리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추구하고 북핵 협상에 전향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기회’로 평가한 셈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북한 비핵화 목표를 흐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고 한·일을 겨냥한 전술핵은 용인하는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의 제도화에만 치중할 경우 비핵화를 담보하지 못한 불완전한 합의를 한국이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조약은 국가 간에 체결되는 합의인 만큼 이를 한반도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 간 합의나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의체를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남북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작년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뉴스1.
이재명 정부는 ‘중단→축소→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을 통한 비핵화 추진 의지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최종 목표인 비핵화에 대한 합의 없이 중단이나 축소 단계에서,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 평화 제도화에 합의한다면 불완전한 합의가 불가역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남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합의의 제도화가 한국의 손발만 묶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간 합의를 차기 정부에서도 번복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는 9·19 군사합의 복원이나 종전선언,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 체결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효력이 정지된 9·19 남북 군사합의의 복원을 공약했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 전반에서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들로 구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종전선언 역시 평화협정 협상의 입구로 간주됐던 만큼 이 또한 이 대통령이 시사한 평화 체제의 제도화 구상과 연결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향후 남북 합의를 국회 절차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상하이시에서 열린 순방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과거 남북 합의가 여러 차례 번복된 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내용이 정교하지 못한 데다 발언 장소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초청한 자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성명은 채택되지 않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중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는 (북한과) 모든 통로가 막혔고, 신뢰가 완전 제로(0)일 뿐 아니라 적대감만 있다"며 "노력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서 소통 자체가 안 되니 중국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