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 분열시킨 정치 갈등…국민이 꼽은 원인 1위는 "강경 지지자" [이제 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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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됐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열 명 중 여덟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열이 정당 간 대립과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국민도 절반을 넘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중앙일보·경향신문이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는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 ‘매우 동의한다’(39%)와 ‘대체로 동의한다’(41%)는 응답을 합친 수치(소수점 이하 반올림)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4%에 그쳤다. 분열에 대한 인식은 야당 지지층에서 더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90%가 분열이 심각하다고 응답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응답률(80%)보다 높았다.
분열과 갈등의 원인으로는 ‘정당 대립’이 36%, ‘이념 차이’가 18%였다. 절반을 넘는 54%가 분열의 원인을 정치에서 찾은 것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조사 전반에서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다는 정서가 강하게 느껴졌다”며 “일반 국민은 갈등에 지쳐있고, 갈등을 해결해 달라고 정치인을 뽑았는데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건 가장 많은 응답자가 분열·갈등의 책임을 각 정당의 강경 지지자에 돌린 대목이다. ‘분열과 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 ‘강경 정당 지지자’(39%)와 ‘강경 유튜버’(24%) 라는 응답(1·2순위 합계)은 63%로 민주당(34%)과 국민의힘(30%)을 합한 수치와 비슷했다. 기성 언론은 28%, 대통령은 27%였다. 강 원장은 “정당이 앞에서 끌고 나가지 못하고 강경 지지자들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일반 국민의 불만과 정치 소외감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지 정당에 따라 첨예하게 나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는 53%가 ‘잘하고 있다’, 30%가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같은 보수 정당인 개혁신당 지지층 48%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은 각각 90·91%가 ‘잘하고 있다’며 정반대로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 통합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 75%는 ‘잘못하고 있다’며 박한 평가를 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의 74%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연경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선임연구원은 “통합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는 강하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야당 지지층이 자신을 포용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경민 기자
전문가들은 “야당 지지층이 국정 운영에서 소외돼 있다는 인식을 풀지 못하면 정부·여당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상황 또한 풀기 어렵다”(정 선임연구원)고 진단했다. 실제 국민의힘 지지층 64%는 ‘대통령은 한 정파의 대표일 뿐’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과 타협하는 정치인이 배신자로 보인다’는 주장에도 전체 응답자에서는 16%만 동의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동의율(26%)은 10%포인트 더 높았다.
박경민 기자
정치 갈등과 분열의 시작점을 묻는 질문에는 문재인 정부가 21%, 이명박 정부가 17%로 가장 높았다. 이 또한 지지 정당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30%)·혁신당(31%) 등 범여권 정당 지지층은 이명박 정부를 지목한 비율이 높은 반면 국민의힘(41%)과 개혁신당(47%) 등 보수 야권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를 갈등 심화의 시발점으로 본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강 원장은 “진보 쪽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수 쪽은 문재인 정부 때 국정 전면에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를 향한) 적폐 청산을 갈등과 분열의 시작으로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자기 편 지도자에 대한 공격을 갈등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의 극한 대치가 정치적 대화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타협의 공간 또한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사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정치 문제로 다툰 경험’을 묻자 40%가 ‘다툰 적 있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46%, 보수층의 43%가 ‘다툰 적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은 중도층(34%)에 비해 높은 비율이었다. 강 원장은 “국민 절반 정도가 정치 이야기를 하다 다툰 경험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것”이라며 “서로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싸우지 않으려 아예 대화를 시작조차 않게 돼 갈등 해소의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이번 조사의 연구진은 이 같은 정치적 대립을 해소할 방안으로 정당 정치의 복원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지지하는 정당과 다른 정당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고 묻자 응답자의 61%가 ‘협력 또는 경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답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41%가 ‘협력 대상’, 20%가 ‘경쟁 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봤을 때는 경계(19%) 또는 적대(24%) 등 부정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43%였다. 정연경 선임연구원은 “우리 국민 상당수는 현재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걱정하면서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이 제대로 역할하고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31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웹페이지 주소 발송)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지난해 3월 기준 전국 97만여명)에서 성별·연령별·지역별 기준으로 비례 할당해 추출했고, 응답률은 12.5%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1.8%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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