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번에 35개 응급실에 연락…'전화 뺑뺑이' 사라질까 [이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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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산에서 발생한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 사건 당시, 심정지 발생 전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있었지만, 119구급대-병원 간 ‘소통 오류’로 전화 연락이 닿지 않았던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환자 상태 파악과 응급 처치만으로도 바쁜 현장 구급대원이 여러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 증상을 설명하고 수용 여부를 수소문하는 일명 ‘전화 뺑뺑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구급대-병원 간 연락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경남형 응급환자 이송 정보 시스템’에 이목이 쏠린다. 구급대가 병원마다 전화하는 대신 스마트 단말기를 통해 여러 병원에 한 번에 환자 수용을 요청, 회신을 받는 방식이다. 특히 구급대 요청에 병원이 답할 때까지 응급실 내에 설치한 경광등이 알림이 역할을 하면서 병원 응답률이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경남의 한 병원 응급실 내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남 전체 응급의료기관 35곳에 설치된 이 경광등은 119구급스마트시스템으로 환자 이송을 요청하면, 병원이 환자 수용 여부를 응답할 때까지 계속 점멸한다. 안대훈 기자
“한 번에 35개 응급실에 요청 가능”
7일 경남도·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남도는 지난해 6월 경남의 전 응급의료기관(35개)에 경광등을 설치했다. 구급활동정보를 병원에 제공하는 소방의 기존 ‘119구급스마트 시스템(스마트 시스템)’에 경남도가 ‘경광등 알림 시스템’을 접목한 것이다.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동일한 환자 정보를 반복해 읊으면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문의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현장 구급대원이 스마트 시스템과 연동된 휴대용 단말기에 나이·성별·의식상태·활력징후(체온·혈압·심박수·호흡수·산소포화도) 등 환자 정보를 입력하고 병원들을 선택해 환자 이송을 요청하면, 이들 병원 응급실에 있는 경광등이 점멸하며 구급대 요청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식이다. 구급대는 한 번에 35개 응급실에 환자 이송을 요청할 수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중앙포토
“병원 회신 결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또 병원에서 스마트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수용’ 또는 ‘수용 곤란’ 버튼을 눌러 회신하면, 구급대원은 휴대용 단말기에서 곧바로 회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산의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소통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사건 당시엔 양산부산대병원이 환자 수용이 가능했지만 구급대-병원 간 전화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이 병원에 환자를 옮기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윤 국회의원실을 통해 받은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내부 자료를 보면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최초 구급대 문의에 ‘확인 후 회신해주겠다’던 병원 측은 10분 뒤 구급대에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소방 구급대는 병원이 연락이 없었다는 ‘소통 오류’가 발생했다. 이러는 사이, 심정지가 발생한 18세 고교생은 뒤늦게 다른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광등 ‘번쩍번쩍’에 응급실 응답률↑
특히 경광등 설치로 스마스 시스템을 통한 구급대 요청에 병원 응급실 응답률이 크게 상승했다. 경광등 설치 전인 4월·5월 각각 35%(1398건 중 493건), 30%(1450건 중 432건)에서 설치 후인 7월·8월엔 68%(1765건 중 1194건), 64%(2983건 중 1906건)으로 집계됐다. 11월엔 72%(2560건 중 1854건)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 경남의 한 병원 응급실 내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남 전체 응급의료기관 35곳에 설치된 이 경광등은 119구급스마트시스템으로 환자 이송을 요청하면, 병원이 환자 수용 여부를 응답할 때까지 계속 점멸한다. 안대훈 기자
그간 병원 응급실에선 스마트 시스템으로 온 구급대의 이송 요청을 즉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응급환자 치료 등으로 한시도 앉아 있기 어려운 응급실 여건상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광등 알림 덕분에 응급실 의료진이 구급대 이송 요청을 비교적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남 구급대 경력 5년차인 한 구급대원은 “한 번에 여러 병원에 요청해 답변을 받으니 이송 가능한 병원을 1차적으로 스크리닝(선별)하는 효과가 있다”며 “예전엔 (운전요원 이외) 구급대원 2명 중 1명은 병원 도착 전까지 계속 전화만 붙들고 있어야 했는데, 환자 상태 파악과 응급 처치에 집중할 여지도 생긴다”고 했다.
지자체-소방-응급의료지원단이 협업해 365일 24시간 응급환자 병원 선정 등을 지원하는 경남 응급의료상황실 모습. 사진 경남도
“보완해야 할 점도…”
다만,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다. 구급대원이 스마트 단말기에 환자 정보를 빠뜨려 병원 측이 수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구급대원에게 다시 전화해 환자 상태를 묻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조성필 창원한마음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이 시스템 취지를 살리려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필수 정보를 입력해줘야 한다”며 “구급대 교육이나 환자 정보 작성 양식을 만드는 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추가정보’ 란에 환자의 주증상, 과거력(과거병력), 발병 시점, 마지막 정상 상태 확인 시간, 보호자 유무 등 병원에 제공돼야 할 필수 정보를 입력하는 양식이 있고, 교육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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