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수 분리막 세계시장 독점한 '영원한 독성물질' 대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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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의 길 97. 워터트리네즈 김인철 대표
김인철 워터트리네즈 대표가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워터트리네즈 공장에서 생산한 불소 대체 친환경 수처리 필터용 브레이드를 살펴보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란 게 있다. 탄소(C)와 불소(F)가 강력하게 결합한 인공 화합물인 과불화화합물(PFAS)을 일컫는 말인데, 자연으로 배출되면 수천 년 동안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설 같은 이름이 붙였다. 세계적 화학 기업 듀폰(DuPont)에서 개발한 이 물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뛰어난 방수·방오·내열 성질 덕에, 소비재와 산업용에 두루 쓰여왔다. 하지만 이같은 성질은 인체에 독성물질로도 작용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는 듀폰이 PFAS의 일종인 PFOA의 유해성을 은폐하고 식수를 오염시켰던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이 인공 화합물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인체에 축적되면서, 전 세계 산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전역의 수돗물에서 PFAS 오염이 확인되면서, 미국 정부가 즉각적인 규제에 착수했다. 문제는 물 속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데 쓰이는 전 세계 수처리 분리막 소재 시장의 97%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바로 PFAS 기반이라는 점이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닥친 규제는 글로벌 ‘소재 공룡’ 기업들에는 재앙이지만,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김인철(55) 박사에겐 거대한 기회의 문이 됐다. 그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6월 워터트리네즈를 창업, 비불소계 분리막 소재 양산에 힘쓰고 있다. 독성 불소 소재를 완전히 배제하면서도 촘촘한 가교 구조를 통해 고온과 강한 용매에도 변형 없는 압도적 내구성을 확보했다. 창업 만 2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독일 정수기 기업 브리타가 15만 개 제품 납품을 요청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고온 폐수 처리 실증을 제안할 만큼 글로벌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워터트리네즈는 지난해 9월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혁신창업 도전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일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인근에 있는 워터트리네즈 공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박경민 기자
불소 소재 환경규제로 퇴출 위기
- 연구원에서는 뭘 연구했고, 왜 창업을 결심했나
- 20년 넘게 분리막을 연구해왔다. 사실 처음에는 창업에 뜻이 없었는데, 2023년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과불화화합물(PFAS)이 나오지 않는 비불소계 분리막을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은 PFAS 오염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조사해 보니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의 97%를 점유한 불소 소재가 환경 규제로 퇴출 위기였고, 내가 연구해온 비불소계 기술이 유일한 대안임을 확신했다. 우리 기술이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는 것을 깨닫고, 연구실의 성과를 시장에서 증명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 PFAS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됐나
- 과불화화합물(PFAS)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인공 화합물이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밀어내는 성질이 탁월해 지난 수십 년간 수처리 분리막 소재로 널리 쓰여 왔다. 하지만 미국 수돗물 오염에서 확인된 것처럼, PFAS가 인체에 축적되어 암이나 면역 체계 이상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인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PFAS는 수처리 분리막뿐 아니라,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테플론 프라이팬의 소재로도 쓰인다. 이외에도 카펫·의류·종이컵·세정제·생리대·화장품·페인트·접착제·가구와 같은 소비자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또 산업계에서는 코팅제·포장재·반도체 세정제·산업용 냉매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퍼져있다.
- 그래서 뭘 만들고 있나.
- 환경 오염의 주범인 불소 고분자를 대체할 비불소계 분리막을 만든다. 우리가 개발한 비불소계 분리막은 기존 불소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향후에는 2차전지용 분리막과 양극재 바인더 분야까지 해보려고 한다.
- 워터트리네즈만의 기술력은 뭔가
- 우리 기술의 핵심은 수처리 분리막에 쓰이는 불소 고분자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비불소계 분리막이다. 특히 선형 구조인 일반 분리막과 달리 우리는 화학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가교(Cross-linked)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덕분에 60~70℃의 고온이나 강력한 용매에도 변형 없이 견디는 압도적인 내구성을 보이고, 오염에도 강하다.
- 미국에서 처음 문제가 됐다면, 미국에서 먼저 대체재를 찾는 연구가 진행됐을 텐데.
- 그럴 법도 하지만, 사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대체재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기존의 불소 고분자의 물성이 워낙 뛰어나 수처리 분리막 시장에서 독점적인 이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미국 수돗물에서 PFAS 오염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미국에 있던 내 친구가 연락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세계 1위 멤브레인 기업인 프랑스 기업에 대체소재 개발을 압박하자, 그 회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들은 막상 규제가 닥치자 대안이 없어 아비규환이었지만, 나는 이미 국내 대기업과 5년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연구를 하며 비불소계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결국 시장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점과 내가 그간 진행해 온 연구 성과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야 연구에 뛰어들 때, 우리는 이미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 투자 유치엔 어려움이 없었나
- 투자 유치는 창업 초기 가장 큰 불안이자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내 돈 1억원을 들여 시작했는데, 과연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기술의 가치를 알아본 투자자들이 나타나면서 물꼬가 텄다. 2024년 10월에 대교인베스트먼트와 코웨이·카이트창업가재단 등으로부터 16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4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특히 코웨이는 시드에 이어 이번에도 1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김인철 워터트리네즈 대표가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워터트리네즈 공장에서 생산한 불소 대체 친환경 수처리 필터용 브레이드를 설명하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정수기 분리막 시장만 5조원
- 수처리 분리막 세계시장 규모가 어떻게 되나
- 가정용과 정수·하수·폐수를 모두 포함한 전체 정수 시장이 약 30조원 규모인데, 이 중 분리막이 차지하는 비중도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오일 및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처리 시장이 약 20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어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같은 곳은 매일 160만t의 폐수가 발생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고온의 환경을 견디지 못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기존 불소 소재가 한계를 보이는 시장과 향후 2차전지 분리막 분야까지 고려한다면 우리가 공략할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 현재 8명인 인력을 더 확충하고 생산라인을 안정화해, 올해와 내년 초까지 약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이후에는 2차전지용 분리막과 양극재 바인더 시장까지 확장해, 전 세계적인 비불소계 소재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출연연의 연구 성과가 세상에 유익하게 쓰일 수 있게 하는 기술사업화의 성공 사례를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
“워터트리네즈는 글로벌 불소 규제 하에 불소고분자의 혁신적 대체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화학연구원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수처리 소재 기술과 김인철 박사의 기업가 정신이 결합한 우수 창업 모델이다. 설립 이후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국무총리상과 여러 정부부처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증명한 압도적인 기술력은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의 해법이 될 거다."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워터트리네즈는 기존의 불소고분자 수처리 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처리 필터 개발 기업이다. 연구원에서부터 시작해 자체 개발한 핵심소재 기술과 분리막을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불소 환경규제에 따른 불소 고분자 대체 필터 수요가 커지고 있어, 투자가치가 아주 크다. 수처리 상장사와 협력관계는 물론 관련 전략적 투자자까지 확보하고 있어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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