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두로 축출 이유였는데…'태양의 카르텔' 반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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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린 뒤 호송 요원들에 이끌려 맨해튼의 남부연방지방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마약 관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들은 처음으로 미국 법정에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명분으로 내세운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태양의 카르텔을 실존하는 마약 조직으로 규정하고 그 수장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을 지목해 법정에 세웠으나 최근 이 같은 주장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마두로가 마약 밀매 공모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태양의 카르텔이 실존하는 조직이라는 주장은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법무부가 공개한 마두로 공소장이 수정된 데 따른 것이다. 마두로를 체포한 직후 미 연방법원이 공개한 미 법무부 공소장엔 태양의 카르텔은 “실존하는 조직”으로 마두로는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이후 공소장에서 이러한 내용을 수정했다. 실제로 현재 공개돼 있는 공소장에는 태양의 카르텔이 “마약 자금에 의해 움직이는 후원 시스템 또는 부패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적혔다. 또한 기존 공소장에서는 태양의 카르텔을 32차례 언급하며 마두로를 해당 조직 우두머리로 묘사했지만, 수정된 공소장에서는 언급 횟수가 2차례로 줄었고 마두로 역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후원 체계를 유지·보호한 인물”로 표현됐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마두로 전 대통령의 기소장 내용. 현재(8일) 공소장에는 태양의 카르텔이 “마약 자금에 의해 움직이는 후원 시스템 또는 부패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적시됐다. 또한 마두로 전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후원 체계를 유지·보호한 인물”로 표현됐다. 앞서 태양의 카르텔을 “실존하는 조직”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을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적시한 것에서 수정된 것이다. 미 법무부 공개 마두로 공소장 캡처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조직이 실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해 7월 미 재무부는 태양의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11월엔 미 국무부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마두로를 가리켜 “마약 테러 조직 태양의 카르텔 수장이자 미국과 유럽으로 마약을 밀매하는 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조직이 실존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논란은 제재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NYT는 해당 용어가 “베네수엘라에서 1990년대부터 사용되어 온 ‘관용구’로 마약 자금으로 부패한 군 고위 관리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며 “베네수엘라는 군 계급을 태양 모양 배지를 통해 표현하는데 이를 차용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전했다. 즉 태양의 카르텔은 베네수엘라 군부 내 마약 밀매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지 단일한 마약 밀매 조직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실제로 태양의 카르텔은 미 마약단속국(DEA)의 연례 ‘국가마약위협보고’에서도 언급된 바 없으며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세계마약보고서’에서도 다뤄진 바 없다. 필 건슨 국제위기그룹 선임연구원은 NYT에 “태양의 카르텔은 베네수엘라 언론인이 만들어낸 명칭일 뿐”이라며 “그런 조직은 없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태양의 카르텔을 연구해온 중남미 범죄·안보 싱크탱크 인사이트 크라임의 공동 설립자 제레미 맥더모트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태양의 카르텔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두로가 태양의 카르텔을 지휘하는 수장인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톰 섀넌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FT에 “마두로가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을 때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의 비밀 방에 들어가 마약 조직을 지휘한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펜타닐 본산’ ‘좀비랜드’ ‘헤로인 월마트’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마약상이 많고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2024년 5월 현지 경찰과 마약당국이 대대적 단속을 벌인 뒤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모습. AP=연합뉴스
태양의 카르텔을 실존하는 조직으로 인정하더라도 미국이 마두로를 축출해야 할 만큼 베네수엘라의 마약 문제가 미국에 결정적인 위협인지 불분명하다. 미국에서 마약이 핵심 문제로 떠오른 원인은 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통해 유통되는 펜타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마약 문제 핵심으로 지목해 제재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남미 마약 유통망에서 베네수엘라는 펜타닐보다는 코카인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2020년 미국 정부 추산에 따르면 매년 200~250톤의 코카인이 베네수엘라를 통해 유통된다. 이는 전 세계 코카인 공급량의 약 10~13%에 해당하는 것으로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의 국내 코카인 재배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거친 마약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활발히 유통된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료를 인용해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 양이 북미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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