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죽어라 뛰는데 왜…‘가슴 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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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도형. 한국 축구의 특징이 오롯이 담긴 그래픽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10대 축구 강국과 한국 축구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10대 강국의 데이터 평균값을 정구각형으로 표준화해 시각화해보니 한국 축구의 실체가 직관적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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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한국은 강국들보다 훨씬 더 숨 가쁘게 달렸지만 기술적 지표에서는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패스 성공률, 수비 라인 허물기(Line Breaks),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 드리블 전진 등 여러 분야에서 그랬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빌드업 축구’로 16강 결실을 맺었음에도 데이터에 투영된 한국 축구의 단면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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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린 FIFA 워크숍에서 발표하는 주원우 연구원. [사진 KFA]

이 자료를 만든 이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팀의 주원우 연구원이다. 부산 기장고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다 스포츠 데이터 연구원으로 길을 튼 그는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 대학 박사 과정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수행한 전문가다. 주 연구원은 “카타르 월드컵 그래픽은 팀을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징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홍명보 감독 취임 직후에도 지난 월드컵과 아시안컵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베이스캠프 후보지 시뮬레이션을 준비하고, 조 추첨 이후 고지대 및 온도 적응 방안을 정리해 제시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 지원은 그의 본업 중 일부다. 주 연구원은 “홍명보호에는 더 세밀하게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분석관이 따로 있다”며 “유소년 축구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나의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가 몸담은 전력강화팀은 한국 축구의 장기 비전을 세우는 ‘R&D 센터’이자 혁신 과제를 실천하는 ‘특공대’다. 2022년 TF팀으로 출발해 정식 팀이 된 지 3년이 채 안 됐지만 성과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2023년 12월 조직된 ‘하이퍼포먼스그룹’이다. 주 연구원 같은 박사급 전문가와 코칭스태프, 피지컬 트레이너, 경기 분석관 등을 하나로 묶어 전문 영역별 칸막이를 허물었다. 지난해 45명 규모로 커진 이 그룹은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결합해 한국 축구 혁신을 위한 구체적 실천 과제를 도출했다. ‘압박 강도가 높은 실전형 훈련’, ‘단조로운 U자형 빌드업 탈피를 위한 일대일 능력 향상’, ‘빠른 템포 속 정확한 판단’ 등은 모두 찌그러진 도형을 제대로 펴기 위한 정밀한 방향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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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유소년팀 지도자들이 지난해 6월 천안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토의하고 있다. [사진 KFA]

전력강화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현장과의 접점인 유소년 팀 지도자 워크숍이다. 김지훈 전력강화팀장은 “협회가 방향을 설정하는 게 10이라면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 게 90”이라며 “현장과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FC서울 유스팀인 오산고 윤시호 감독은 “벌써 4년째 워크숍에 참여하며 최신 흐름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며 “현장의 고충을 협회에 전하고 이를 팀 훈련에 적용하려는 지도자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FIFA로부터 모범 사례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중국 축구협회가 지도자를 파견해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올해는 기존 워크숍의 내실을 다지면서 전국대회를 통해 ‘경기 기반 훈련’, ‘개인 개발 계획’ 등의 과제를 현장에 확산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찌그러진 도형을 펴기 위한 데이터 특공대의 발걸음이 한국 축구의 기저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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