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중비전포럼] “중국에서 한국영화 한 편 틀어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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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방중 평가 및 한·중관계 전망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연초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분주하다. 4~7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13~14일엔 일본으로 날아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한다. 셔틀외교 차원을 넘은 이례적 움직임이다. 그만큼 긴요한 일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9일 서울 HSBC 빌딩에서 ‘이 대통령 방중 평가 및 한·중관계 전망’을 주제로 모임을 갖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살폈다.
중국, 북·미 대화 중재 나설 듯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발제)=21세기 한·중관계는 수교 당시와 다르다. 중국의 부상으로 다양한 도전요인이 나타나며 이제 양국 관계는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중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며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4월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호응도 기대된다. 이런 한·중관계의 역사적 국면과 관계 재정립의 과제 등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 방중은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국익 중심의 협력 증진을 위한 논의 기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원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양국 간 이견이 많지 않은 부분에서 선제적으로 합의문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국내 정치일정에 따라 성급한 합의를 모색하지 않은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합의를 서두르는 모습은 금물이다. 향후 심화하는 미·중 경쟁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자강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자율성의 확대, 다자외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중국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 시도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이정남 고려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김진표 전 국회의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김상기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 김종호 기자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이 대통령의 정초 방중은 분명 이례적이다. 4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겨냥한 측면이 있고, 중국은 일본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한중 정상은 90분 회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 소통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서로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자체는 한중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명예교수=이 대통령 방중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라 생각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거나 또는 결렬되는 등 4월 국면에 대한 대비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기회의 창을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히고 평화공존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 이 대통령 방중의 숨은 목표가 아닐까 싶다. 향후 ‘한반도 평화 특사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 특사에겐 바늘구멍처럼 작은 틈을 비집고 어떻게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할 것인가, 또 미·중과 주변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등의 과제가 예상된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현재 세계는 상호 의존성의 무기화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는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가 문제였다면 올해는 중국의 공급망이 제기하는 문제가 도전이다. 특히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화는 세계 모든 국가가 해법을 못 찾는 난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 우려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시 주석이 전략 소통을 강화하자고 한 게 눈에 띈다. 중국 외교에서 전략이란 말이 들어가면 양자 관계 외 다자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 중국 편을 들어 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한한령(限韓令)과 관련해서 중국은 점진적, 단계적 문화 교류를 말하는데 중국이 굉장히 더디게 갈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중국이 별로 변한 게 없다는 거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만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일본은 자국민 대피에 바쁘지 전쟁에는 직접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만 유사시 개입 운운은 일본 재무장을 위한 핑계일 뿐이란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기보다는 2028년 1월 대만총통 선거에서 친중인 국민당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다.
중, 대만 침공보다 친중 정당 도우려
▶김상기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지난달 방중해서 중국의 여러 기관을 만났을 때 제안한 사안이 있다. 첫 번째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구상인데 4월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한반도 전쟁상태 종식과 평화체제 논의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한·중이 협력하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남·북·중 협력 사업으로 서울-평양 고속철도, 원산 갈마 남·북·중 환승 관광, 대규모 보건 의료 협력, 광역 두만강 개발(GTI) 등이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중국은 한국에 인내심을 강조했는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일 수 있다. 관건은 평화의 제도화와 창의적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을 끝내는 합의점을 찾고, 여기에 남북한이 관여하는 2+2 형식의 4자회담을 통해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두 달 만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건 결국 중국을 통해 북한을 끌어내려는 것인데 우리가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한데 북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과거 10이었다면 지금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은 워싱턴과 접촉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우리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의전은 극진했지만, 실제 손에 잡힌 성과는 없었다. 우선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언급이 없었다. 한한령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말만 오갔다. 한한령 문제는 중국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규칙기반 국제질서에서 일탈하는 행동이 많아진 지금 중국 입장에선 보다 매력적인 외교로 자기편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데 중국은 한류를 서구 문화의 앞잡이, 중국 체제의 위협으로 간주해 막고 있다. 중국 체제가 과연 한한령을 풀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것인지 안타깝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2025년 하반기부터 중국 외교에 자신감이 붙었다. 미·중 관계가 미국의 전략적 후퇴로 인해 상호 거래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거다. 미·중이 국제 권력구조와 관련해 대타협을 할 조건으로 가고 있고,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이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중관계도 글로벌 권력구조 전환의 틀 속에서 봐야 한다.
미·중, 국제 권력구조 대타협 전망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 원장=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를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의 고민은 이제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고 선언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중 정상회담이 두 차례 이어졌다. 또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임을 인정한다. 중국이 한국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기에 한국을 중국으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사드 사태 이후 한국의 반중 정서와 중국의 반한 정서가 생각보다 넓고 깊게 퍼진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에 한·중 정상이 만나서 드라마, 영화 순으로 교류를 넓혀 가자고 했는데 영화 제작 등에서 한·중 합작이 시작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중재 역할과 관련해선 중국의 지식인들도 공감한다. 여건이 갖춰지면 중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전체적으로 이 대통령 방중은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시 주석 표현대로 얼음 석 자가 하루아침에 풀리는 게 아니듯 한·중관계도 서서히 풀리고 있다고 본다. 셀카 또한 신선했다. 한한령 문제는 아쉽다. 이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중국에서 한국 영화 한 편 틀어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국다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4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좋겠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종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북한엔 트럼프가 가장 중요한데 트럼프는 정작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등 다른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말했듯이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로 나설 때 페이스 메이커로 도와주는 게 맞다.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의 창의적 방안은 뜻은 좋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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