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쿠팡에 아침손님 다 뺏겼다" 오전 10시, 한국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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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복 씨가 서울 양천구에서 운영하는 수퍼마켓은 오전엔 늘 손님 발길이 뜸하다. 고 씨의 점포가 기업형수퍼마켓(SSM) 가맹점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아침(자정~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준비해 장사하고 싶어도 아침 10시가 돼야 가게 문을 열 수 있다. 고씨는 “출근하고 등교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필요한 물건을 쿠팡에서 살 수밖에 없다”며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 오히려 이커머스 공룡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우리같은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SSM인 GS더프레시 전경. 사진 GS더프레시
각 업체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국내 SSM 점포 1457개점(GS더프레시·홈플러스익스프레스·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수퍼 합산) 가운데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은 721개로 절반(49.5%)을 차지한다. 점포 수 1위인 GS더프레시는 581개 중 471개(81%)가 가맹점이다.
2013년 유산법 개정안 시행 당시 SSM은 대부분 대기업 직영점이었지만, 이후 가맹점이 빠르게 늘었다. SSM은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며 오프라인 유통 매장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혀, 기업은 가맹점을 늘리고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이를 받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씨 역시 같은 자리에서 14년간 개인수퍼를 운영하다 지난해 1월 SSM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SSM은 직영·가맹 구분없이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 제한 등 규제를 적용받는다.
고씨는 “개인수퍼를 하던 때엔 아침 8시에도 두부, 우유 등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개점 시간이 10시로 늦춰지니까 안 오신다”며 “여기에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연간 약 5000만원의 마진 손실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된 배송차량. 뉴스1
유산법은 SSM을 골목 상권의 ‘적’으로 봤지만, SSM 출점이 오히려 골목상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경기과기대 유통연구소장)가 지난해 11월 SSM 280개의 출점 1년 전과 1년후 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반경 1㎞ 이내 음식점·편의점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SM 규제는 홈플러스 분리매각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홈플러스는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단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대형마트 부진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온 사업부다.
그러나 업계에선 벌써부터 “유산법 규제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법은 지난해 일몰 기한이 2029년까지 4년 연장됐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비중이 커진 유통업계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조춘한 교수는 “우선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SSM 가맹점들은 영업 규제가 예외 적용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이후 제도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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