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란재판 필리버스터 15시간…계획된 '윤 어게인' 결집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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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내란재판에서 피고인들의 ‘지연 전략’은 재판을 정치적 무대로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에도 재판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재판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변론에 최소 6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이날도 재판은 심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측, 따로 잡힌 기일은 거부하고 10시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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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고인들이 지난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에서 열린 내란 사건 결심에 출석해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10일 0시 10분까지 이어진 재판에도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이 입을 떼지 못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변론이 10시간 가까이 길어진 게 컸다. 지난 9일 군·경 수뇌부 등 나머지 피고인 6명의 최종 변론은 모두 합쳐 약 4시간 만에 끝났다.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는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특검 측 지적에 “제가 혀가 짧아서 빨리 하면 말이 꼬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8일 김 전 장관 측에 따로 발언할 기회를 줬으나 김 전 장관 측이 거부했다. 지난 7일 재판부가 “주장하실 부분이 많을 수 있으니 내일(8일) 따로 기일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준비가 안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8일 지정됐던 기일은 결국 열리지 못했다.

유튜브서 "재판 중계 최대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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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가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전날 내란 사건 결심공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변호사는 "재판이 중계되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김 전 장관 측이 이처럼 지연 전략을 펴는 건 “재판을 강성 지지자 결집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하상 변호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에서 “저희는 공판이 중계되는 환경을 최대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적들이 윤 전 대통령을 핍박하기 위해서 정치 사건을 재판 사건으로 바꿔 놨다. 그 외피에 맞춰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정치적 무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 변호인이 맡은 재판이 지체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재판에서도 이 변호사 등이 디지털 증거의 위·변조를 주장하며 재판이 장기화됐었다. 함께 재판받는 다른 피고인 측이 “다른 공동 피고인들의 증거 인부 때문에 빨리 선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늦춰지는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도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을 ‘서부 자유청년’으로 지칭하며 유튜브에서 “이길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이 늘어진 데 대해서는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우리에게) 감사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이 하루 전체를 얻어서 변론을 하실 수 있게 됐다. 대통령 변호인단도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은 윤 전 대통령에게만 집중해서 결심이 이뤄지게 됐다는 취지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9일 “타 피고인 변호사들이 (변론을) 얼마나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13일도 심야 재판할 듯…소송지휘권 행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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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

13일에도 재판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서는 최종 의견 진술에 6~8시간이 걸린다고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9일 길어지는 절차에 대해 “각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이번 절차가 1심에서의 마지막 변론인 만큼, 모든 법리와 사실관계를 빠짐없이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고 했다.

이후 검찰 측 구형과 피고인 본인의 최후 진술까지 마치면 재판은 13일에도 자정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 7일 “특히 피고인들은 제대로 재판부에 정식으로 말씀하신 적이 없다. 특별히 시간 제약 없이 할 테니 말씀하실 내용을 미리 꼭 준비해달라”고 했다. 9일에도 “가급적 중복되지 않게 해달라”고만 할 뿐 변호인들의 발언을 막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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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이 열리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선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조수빈 기자

심야 재판에도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면 결심을 마치기 위해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형사소송규칙 145조는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의견진술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서 시간 내에 마무리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까지 재판장이 시간을 충분히 준 건 재판의 공정성 차원에서 어떠한 책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적절한 범위 내에서의 시간 제한은 방어권 제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13일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 그 이후는 없다”며 “언제가 되든 늦게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이 오전 2시27분에 끝난 적이 있다. 법원 정기 인사인 오는 2월 23일 전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면 재판부가 교체돼 변론 갱신 절차에 수개월을 써야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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