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쓰레기 무단투기 골머리” “밤샘 파티”…생활갈등이 최전선 [이민, 사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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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시대 -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
4년 뒤 국내 체류외국인은 3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이민자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섬세한 이민 정책이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이미 도래한 ‘이민시대’ 현장의 내외국인을 두루 만나 서로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했다.

지난해 외국인이 밀집한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한 빌라 앞에서 생활폐기물 수거업체 직원이 신발과 베트남 봉지라면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손성배 기자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주)서해환경 직원들은 항상 고무로 코팅된 목장갑 두겹을 낀다. 땀이 차고 답답하지만, 손을 다치지 않으려면 별수 없다. 직원 정하영(57)씨는 “여기 쓰레기 버리는 사람 열 중 넷은 종량제봉투를 안 쓰고 온갖 오물에 유리 조각이나 뾰족한 나뭇가지까지 섞어 버린다. 손을 베이고 찔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실제 향남읍 송악어린이공원에는 알록달록한 봉투와 종이상자 등이 뒤섞인 쓰레기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공원 옆 빌라촌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들이다. 이곳엔 지난해까지 “토종, 그러니까 한국인만이라도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자. 3·1 만세운동의 독립투사 혼이 깃든 이 땅을 쓰레기 무덤으로 만들지 말자”는 팻말도 설치돼 있었다.

외국인이 밀집한 경기 화성시 향남읍 빌라촌에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지난해 11월 기준 화성시 전체 외국인(6만8820명)의 23.9%인 1만6489명이 향남읍에 산다. 빌라촌 주민 중 외국인이 다수이긴 하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를 이민자들만 한 건 아니다. 그러나 비난과 분노의 화살은 오롯이 이민자들에 집중되고 곧 이민자 수용성을 낮추는 인식으로 전환된다. 쓰레기 등 생활 갈등이 이민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수용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언덕을 지켜본 인근 식당 주인 김모(64)씨는 “가까이서 뻔히 보고 있는데도 외국인 새댁이 쓰레기를 검은 봉지째 막 갖다 버린다”며 “주말 내내 쓰레기가 쌓여서 월요일엔 공원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법무부의 내국인 수용성 조사에서 50.3점으로 전국 최하위 점수를 기록한 경기 부천시에서도 생활 갈등이 수용성 저하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부천 심곡본1동 주민센터에 게시된 폐기물 과태료 공시송달 공고를 보면 외국인 이름이 절반을 차지한다. 부천 남부시장의 경우 쓰레기 무단투기와 노상 방뇨를 금지한다는 중국어 스티커를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부천은 서울 구로구와 인천 부평구에 낀, 중국인과 중국 국적 동포들이 밀집 거주하는 베드타운이다. 손춘화 부천 중국공동체 회장은 “결혼해 귀화하고 부천에만 20년 넘게 이주민이자 원주민으로 살고 있다”며 “지킬 건 지키고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데, 일부 이주민들의 행동이 원주민들의 얼굴에 미소를 사라지게 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차준홍 기자
시흥시에서도 쓰레기 불법배출 단속에 적발된 외국인의 수가 1593명으로 내국인 883명(지난해 11월 기준)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인구 비례로는 14배 많다. 이주민들 사이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정왕동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탄 냔(46·베트남 국적)은 “무단투기가 너무 심해 CCTV를 8개 설치했다”고 했다.
미군 기지촌이 있던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은 한때 내외국인 간 소음 갈등이 극에 달했다. 보산동은 미군이 빠져나간 자리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계 이주민이 채운 곳이다. 아프리카 공동체 특유의 ‘밤샘 파티’ 문화를 내국인들이 견디지 못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보산동에서 나이지리아 공동체를 이끄는 에메 선데이(61) 목사는 “낙천적 문화가 발달한 아프리카에선 흥겨운 음악을 틀면 합류해서 같이 즐기기도 한다”면서도 “한국은 아프리카와 다르다고 타이르긴 하는데 효과가 크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이 저녁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광장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 이영근 기자
이주민 유입에 따른 이런 생활 갈등은 경제적 효과와 별개로 공공 인프라나 편의성 저하로 이어진다.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인구와인재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논문 「저숙련 이민자가 지역 생산성과 편의시설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저숙련 이주노동자가 1% 증가할 때 지역 생산성이 1% 올라가지만 공립학교·공원·도로 등 편의시설은 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물, 환경 오염, 교통 체증도 증가했다. 이 교수는 “저숙련 이민자와의 생활 갈등 등 비경제적 요소가 선주민의 민족주의·우익 정당 지지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민 전체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나 더 큰 갈등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생활 갈등을 잘 관리하고 조정해야만 이민시대의 장점은 취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사이타마 현 가와구치(川口)시에 있는 ‘시바조노 단지’(芝園団地)의 경험은 갈등 완화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가와구치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시바조노 단지 주민이 대다수인 시바조노동의 인구는 총 4638명. 그중 2814명(60.6%)이 외국인이고 그중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30년 전부터 일본인이 떠나고 중국인으로 단지가 채워지면서 소음과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 갈등을 겪었다. 분리수거 허가증 없이 가전제품이 버려져 있으면 누군가 “중국인이 한 짓”이라고 낙서했고, 중국인 입주자는 반발했다. 2014년, 아파트 단지 내 벤치에는 “더러운 중국인은 나가라” 등 혐오 낙서가 가득 적힐 정도로 갈등은 극에 달했다.

2014년 중국인을 비하하는 낙서로 가득했던 단지 안 벤치. "더러운 중국인 돌아가", "여자는 매춘 중국인" 등 혐오 표현이 적혀있다. 오카자키 히로키 제공

2014년 중국인을 비하하는 낙서로 가득했던 단지 안 벤치. 이듬해 일본과 중국 주민들이 합심해 낙서를 지운 뒤 핸드프린팅을 남겼다. 오카자키 히로키 제공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공존을 택했다. 같은 해 시바조노 단지 주민자치회는 외국인 임원을 처음으로 들였다. 가교 구실을 하는 외국인이 생기면서 소통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듬해 중국 주민과 일본 주민이 합심해 낙서를 지우는 행사를 열었고, 2020년대부터는 자치회 인원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이주민과의 느슨한 공생’을 모토로 삼는 오카자키 히로키(岡﨑広樹·45) 전 자치회 사무국장은 “극심한 갈등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미래 세대에 혐오를 물려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시흥시 오이도문화복지센터에선 이주민 대상으로 쓰레기 처리 교육을 한다. 이주민 강사가 각국 언어로 쓰레기 처리법을 안내하고 분리수거 실습을 하는 식이다. 참여한 루샤트 자한(27·방글라데시)은 “모국과 분리수거 방식이 달라서 늘 헷갈렸는데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경기 시흥시 오이도문화복지센터에서 이주민들이 쓰레기 처리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전율 기자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피부로 와 닿는 생활 갈등이야말로 이민자 수용성을 결정짓는 최전선”이라며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나 강력범죄처럼 거시적인 문제와 달리 생활 갈등은 서로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오히려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 법질서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이주민의 출신국 문화와 배경을 고려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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