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한 개비, 한 잔쯤이야’…이런 인식 탓 번번이 금연·금주 실패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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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 끊으려면
니코틴 의존은 의지 아닌 치료 영역
병의원 금연클리닉서 도움 필요
연속 음주 금물, 공복엔 먹지 말아야
금연 실패는 뇌의 보상 체계와 연결된 중독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치료로 접근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는 매년 빠지지 않는 새해 목표다. 누구나 해롭다는 사실을 알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는 습관이기도 하다. 시작이 늦었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담배와 술을 줄이거나 끊는 순간 몸은 이미 변화를 시작한다. 새해 건강관리의 출발선은 일상에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관리법에 있다.
담배는 흔히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고 표현된다. 과장이 아니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다수의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건강에 이로운 성분은 사실상 없다. 흡연량을 줄이면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흡연을 하는 한 건강상 위험 요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확실한 금연이 필요하다.
겨울철 흡연, 혈압·심장 부담 가중
흡연은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고혈압과 동맥경화 위험을 높인다. 이로 인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이런 신호가 더 뚜렷해진다.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배 교수는 “추운 환경에선 체온 유지를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전신 혈관 저항이 증가한다”며 “이 상태에서 흡연이 더해지면 혈압 상승과 함께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면서 피로감이나 숨 가쁨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직장인 김모(47)씨는 출근길 계단 몇 칸만 올라도 숨이 찼다. 아침이면 기침이 먼저 나왔고, 온종일 몸이 무거웠다. 새해를 계기로 김씨는 한 달 전 담배를 끊었다. 그는 “금연을 하고 나서야 그동안 몸이 보내던 신호를 알아챘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숨 가쁨과 기침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금연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담배를 끊은 지 20분 후부터 혈압과 맥박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한다. 12시간이 지나면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1년 후에는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 발생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금연을 ‘참아야 하는 싸움’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쉽다. 담배의 해로움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니코틴 의존 때문이다. 금연 과정에선 불안, 두통,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같은 니코틴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니코틴 의존은 뇌의 보상 체계와 연결된 중독 문제”라며 “반복적인 금연 실패는 의지력 문제가 아닌 치료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의원 금연클리닉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이롭다.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 기간과 흡연량,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해 금단·갈망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한다. 금연보조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니코틴 패치·껌·사탕은 금단 증상을 줄이는 보조 수단이다. 패치는 흡연량에 맞는 용량을 선택해야 한다. 부착한 상태에서 흡연하면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길 수 있다. 흡연 욕구가 강해지는 시간대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처럼 행동을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술은 흔히 인간관계의 윤활유처럼 여겨진다. 퇴근 후 동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을 일상의 일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 박모(45)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이은 술자리를 거치며 속쓰림과 피로를 느꼈지만 박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술자리가 잦아질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다. 최근 건강검진에선 뜻밖의 지방간을 진단받았다. 박씨는 “폭음은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소량 음주도 간·심장·위 위협
자연스러운 술 문화 속에서 음주로 인한 건강 위험은 쉽게 가려진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과음을 일상으로 만든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은 57.1%였다. 한 번에 남성은 소주 7잔,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비율도 12%에 달했다. 10명 중 1명은 이미 과음이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셈이다.
알코올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 점막을 손상하고 탈수를 유발한다. 고려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심재민 교수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전신에 독소로 작용한다”며 “특히 얼굴이 빨개지는 등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음주에 더 큰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연거푸 이어지는 술잔 속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간이다.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부르고 간염, 간경변, 말기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소량의 음주도 위험하다. 고려대구로병원 연구(2025)에 따르면 주당 소주 6~7잔만 마셔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약 8% 증가했다. 비음주자가 가벼운 음주를 시작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약 14%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분당서울대병원, 2024)도 있다. 반대로 금주하거나 음주량을 줄이면 위험은 감소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에선 하루 2~3잔 이하의 소량 음주를 주 5회 이상 이어가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최대 46%까지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음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다. 남성은 하루 알코올 60g(소주 약 7잔), 여성은 하루 40g(소주 약 5잔) 이상이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호수 교수는 “안전한 음주라는 개념은 없다”며 “부득이 마셔야 한다면 남성은 4잔, 여성은 2잔 이하로 제한하고 음주 다음 날은 반드시 간을 쉬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금주가 어렵다면 최소한의 관리 원칙은 지킬 필요가 있다. 먼저 공복 음주는 피한다. 식사 후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고, 물을 함께 마셔 음주 속도를 늦추는 것이 좋다. 연속 음주도 금물이다. 음주 후에는 2~3일 금주해 간에 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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