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0억 체납’ 회장 에르메스·로마네콩티 수상히 돌려준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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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24년 5~7월 국세 체납 징수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2015년 방산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재산 압류와 출국 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국세청 담당자가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정황이 적발돼 징계를 요구했다고 12일 밝혔다.
‘1세대 무기 중개상’으로 꼽히는 이 회장은 고액·상습 체납자(종합소득세 약 199억원)로 공개된 2015년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 30점과 라 타쉐(로마네콩티) 등 고급 와인 1005병, 이밖에 미술품 등 재산을 압류당했다. 하지만 명품 가방의 경우 2019년 5월 남성용으로 확인된 1점을 포함한 30점, 와인의 경우 2023년 1월 1005병 전부(2024년 기준 시가 4억8000만원)가 압류 해제됐다.

감사원이 12일 국세청 체납징수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삼청동 삼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 회장은 2017년 7월 명품 가방이 며느리 소유라며 압류 해제를 요구했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근거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검토가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서울청은 2년여 뒤 이 회장이 명품 가방이 배우자 소유라고 말을 바꿨는데도 추가 증빙을 받지 않고 압류를 해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제3자 소유라고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돌려줘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와인 역시 2017~2020년 세 차례의 걸친 압류 해제 요구를 “근거 불충분”으로 받아들이지 않다가 2022년 12월 네 번재 압류 해제 요청이 접수되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압류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가 “1005병 중 30병만 구매 증빙이 확인되는 등 입증 자료가 부실하다”는 취지로 보고했지만, 징세관이 “법인 취득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5년 고액·상습 체납을 이유로 출국이 금지됐던 이 회장은 2022~2024년 총 일곱 차례 해외를 드나들기도 했다. 국세청이 이 기간 세 차례 출국 금지를 해제해 줬기 때문이다. 국세징수법 시행령상 체납자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고, 국외 도피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출국 금지를 해제할 수 있다.

국세청이 누계 체납액을 줄이려 국세채권 소멸시효를 위법하게 완성시킨 정황도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뉴스1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국세청은 이 회장이 ‘해외 기업 행사 참석’ ‘해외 전시회 참석’ 등을 이유로 출국 금지 해제를 요청하자 임의로 조사보고서에 ‘사업 계약 체결’을 기재하거나 ‘국외 도피 우려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출국을 허용했다. 그러곤 2~4개월 뒤 ‘국외 도피 우려’를 이유로 재차 출국 금지를 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함께 출국이 금지된 이 회장 아들의 경우 2023년 9월 공항에서 전화로 출국 금지 해제를 요청했는데도 사전 증거 서류 제출 없이 곧바로 해제해주기도 했다.
다만, 감사 결과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가 오고가는 등의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아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청 관계자들은 출국금지 해제에 관해 “사업 기회를 주려 출국 이유를 넓게 해석해 판단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한편, 국세청이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누계 체납액(122조원)을 100조원 미만으로 줄이려 국세 채권 소멸시효(5년, 5억원 이상 10년)를 위법하게 완성시킨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이를 위해 소멸시효 기산점을 압류 해제일이 아니라 추심일이나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실제 징수 가능성이 남아 있던 채권을 포함해 2021~2023년 사이 1조4000억원(압류해제 2만933건) 규모의 국가 재정 손실이 초래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업무 관련자에 대해 주의 조치와 함께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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