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임성근 셰프의 오만가지 소스 , 한식 양념 다채로움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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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고조리서 연구에 매진하면서 전통문화 연구소 ‘온지음’에서 맛공방을 이끌어온 정혜경 호서대 명예교수. 최근 『양념의 인문학』을 펴내 한식 5부작 10년의 대장정을 끝냈다. 변선구 기자
“양념치킨을 두고 한식이냐 아니냐 따지는데, 한국 특유의 양념문화가 만들어낸 K푸드입니다. 서구 음식인 프라이드치킨에서 유래했어도, 튀긴 음식을 양념에 버무리는 건 전통 한과인 강정에서 착안한 전통 조리법이죠.”
최근 한식인문학 5부작의 마지막 편 『양념의 인문학』(따비·아래 사진)을 펴낸 정혜경(69) 호서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30여년 간 전통 고조리서 분석과 종가 음식 연구 등을 해온 그는 『밥의 인문학』(2015)을 시작으로 ‘채소’ ‘고기’ ‘바다음식’을 우리 문화 속에서 짚었다. 이번 책은 “한식을 한식답게 하는 것은 양념”이라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만났을 때 그는 “30년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은 ‘장 담그기 문화’가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때”라고 돌아봤다.
“우리나라에선 기원전부터 콩을 발효하는 장 문화가 있었는데 임진왜란 후 고추가 전래하면서 이를 융합한 고추장까지 더해져 각종 절임음식이 발달했어요. ‘흑백요리사2’에서 임성근 조리장이 ‘오만가지 소스를 할 수 있다’고 한 건 우리 한식 양념이 그만큼 다채롭다는 표현입니다.”
예컨대 한국인은 서양식 스테이크와 달리 양념에 재운 불고기를 밥에 곁들여 먹는다. 유목민족 고구려 때부터 육고기를 우리 장 문화와 결합해 ‘반찬’으로 섭취해왔다. “양념 고기로 국·탕·찌개·구이·찜 등등을 만들고, 양념한 채소는 나물 반찬으로 먹죠. 장 외에도 젓갈·식초 등 발효 양념을 통해 영양소를 높이고 독성을 제거하는 식이죠.”
그가 책에서 특히 힘쓴 건 ‘우리 식문화는 향신료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편견을 바로잡는 일이다. 서양식 분류에선 조미료(소금·설탕·식초 등)와 향신료(마늘·후추·계피 등)가 나뉘지만 우리는 ‘갖은 양념’으로 이를 아우른다. 더욱이 미나리·들깻잎·방풍 같은 향신 채소를 나물반찬으로 먹는다.
저술에만 10년이 걸린 5부작 완성까지 젊은 셰프·연구자와의 교감이 큰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전통 식의주 문화를 연구하는 ‘온지음’에서 ‘식’을 담당하는 ‘맛공방’의 공방장을 맡고 있다. 이젠 미쉐린(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으로 더 알려져 있는 온지음에서 지난 13년간 젊은 셰프들과 함께 고조리서를 탐독했다. ‘흑백요리사2’의 화제 인물 ‘요리괴물’도 이곳에서 잠깐 스터지(인턴)로 일한 적 있다.
“한식이 이렇게 뜰 줄 몰랐는데, 어느새 K컬처의 중심에 K푸드가 있어 감개무량하다”는 그는 대학(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서구 영양학에서 강조하는 건강식 등을 공부하던 중 강인희(1919~2001, ‘한국의 맛 연구소’ 창립자) 선생에게서 음식을 배웠다. “내가 배운 모든 게 한식에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흑백요리사에 많은 한식 요리사가 나오고 다양한 양념이 소개돼 흐뭇하게 봅니다. 요즘 백반식당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모카세’처럼 요식업 현장에서 한식을 지켜오신 분들이 더 박수 받고 힘을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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