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트럼프 1년이 바꾼 세계…EU가 달라졌다 "美 적대국"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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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미국)’가 새겨진 흰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20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을 동맹국으로 보는 비율이 1년 전에 비해 떨어지는 등 거리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다수 국가들은 향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전통적 동맹국들을 밀어내고 역설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추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외교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가 지난해 11월 한국·미국·중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비(非)유럽 6개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유럽 15개국 등 총 21개국 2만59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ECFR는 결과 보고서를 조사 대상국의 대표적 언론 매체와 사전 공유했으며, 한국에는 중앙일보에만 독점 공급했다.
ECFR는 “이번 조사 결과는 한때 유럽의 가장 든든한 동맹국이었던 미국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China Great AgainㆍMCGA) 만들고 다극적 국제질서의 도래를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ECFR는 1년 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각국에 미칠 영향에 관해 한국을 비롯한 24개국에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주요 국제 이슈를 놓고 연례 조사를 벌여 왔다.
‘미국=동맹국’ 인식 1년 전보다 약화
이번 조사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국익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 보는 비율은 1년 전에 비해 영국(37→25%), EU 10개국(21%→16%), 우크라이나(27→18%), 중국(15→10%) 등 상당 폭 하락했다. EU의 경우 오히려 미국을 적대국 내지 경쟁국으로 본다는 비율이 20%로 나타나 동맹국으로 본다는 비율(16%)보다 높았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USS)에서 ‘유럽 문명 쇠퇴’를 거론하면서 유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방위비 인상 압박,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노골화한 것 등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우크라이나의 인식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22년 2월 개전 초기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우크라이나는 이제 미국(18%)보다 유럽(39%)을 더 중요한 동맹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행보에 호응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낮춘 대신(48%→37%) 유럽을 최대 적대국으로 꼽았다. 한국은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한다는 비율이 1년 전 40%에서 41%로 소폭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 확대오찬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강해질 거라고 보는 사람은 소수였지만, 미국의 쇠퇴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지는 않았다.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화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보는 비율이 한국(72%)을 비롯해 브라질(83%), 인도(81%), 남아공(79%), 튀르키예(77%), EU 10개국(70%)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높았다. 영향력 축소를 전망하는 비율은 미국(26%), 중국·우크라이나(25%), 러시아(24%)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中 영향력 확대’ 전망↑…‘동맹국 인식’↑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며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을 동맹국이나 필수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10년간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거라고 본다는 응답률은 한국(52%)을 비롯해 남아공(83%), 브라질(72%), 튀르키예(63%), 러시아(57%), 스위스(57%), 미국(54%), EU 10개국(53%) 등 조사 대상국 모두 50%를 넘어섰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국을 동맹국·필수 파트너로 본다는 인식 역시 남아공(각각 37·48%), 러시아(32·54%), 브라질(27·46%) 등 대부분 높았다. ECFR는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부상하고 주요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는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이런 흐름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을 적대국·경쟁국으로 본다는 비율은 한국(각각 24·27%), 우크라이나(33·22%), 영국(18·22%)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美·中 가운데 中 선택’ 비율도 상승
미국과 중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중국을 택하겠다는 응답도 이전보다 늘었다. 남아공(중국 52%·미국 38%), 러시아(중국 46%·미국 21%)는 중국을 꼽은 비율이 더 높았고, 브라질·인도·튀르키예에서는 중국을 꼽은 비율이 2년 전보다 늘었다. 한국의 경우 미국을 꼽은 응답률은 2년 전 82%에서 76%로 줄어든 반면 중국을 꼽은 응답률은 6%에서 7%로 소폭 늘었다.
자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질문한 결과, 다극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73%), 중국(72%) 등에서 ‘낙관적’이라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반면 ‘비관적’이라는 응답률은 한국(35%)을 비롯해 영국(66%), EU 10개국(49%), 미국(54%), 튀르키예(53%)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정근영 디자이너
“트럼프 ‘美 우선주의’ 되려 中 부상 기여”
ECFR는 “쇠퇴하는 미국, 그리고 유럽·한국 등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한 ‘비관적 국가들의 축’이 발견된다”며 “유럽인들은 ‘서방 중심 국제질서’ 이후의 시대, 즉 유럽이 점점 고립돼 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마크 레너드 ECFR 창립 이사는 “세계가 ‘서구의 종말’을 선언했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캠페인은 동맹국 사이에서 미국의 호감도를 떨어뜨렸고 중국이 선두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결과 분석에 참여한 이반 크라스테프 자유전략센터 소장은 ‘국제 다극 체제’가 도래했다며 “유럽인들이 오랫동안 상상해왔지만 두려워하기 시작한 그 세계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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