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엘라 급습한 美, '이란 사태' 무력 개입 쉽지않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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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참모진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트루스소셜 캡처

“매우 강한 조처(very strong action)를 할 수 있다.”(13일, 이하 현지시간)
→“학살을 멈췄다고 들었다.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겠다.”(14일)

미국이 연일 번지는 이란 반(反)정부 시위 사태에 직접 뛰어들까. 하루 만에 달라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광석화처럼 무력 개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베네수엘라 사례와 달리 이란은 여러모로 직접 개입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서다.

먼저 이란의 독특한 정치구조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기존 왕조를 무너뜨리고 신정(神政) 체제를 구축했다. 종교적으로도 ‘시아파 맹주’다. 권력과 종교가 굳게 얽힌 만큼 시위 확산이 정권 붕괴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대통령제인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1인 독재 체제지만, 이란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강경파 고위 관료와 혁명수비대(IRGC) 등 군부가 구축한 권력망을 무너뜨려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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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SNS에 유포된 이란 테헤란 집회 현장 영상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이란의 군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전투기와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바탕으로 한 군사력이 굳건하다. 60만 상비군, 25만 예비군 병력도 있다(2024년 기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과도 가깝다. ‘외과수술’하듯 마두로 대통령 부부만 축출한 공습 작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트럼프 주변 참모가 “실제 군사 개입은 위험하다”고 조언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지시로 지난해 10월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지중해에서 중남미 카리브해로 옮긴 뒤 중동·유럽에는 항모 전단이 없다”며 “항모가 없으면 군이 ‘타격 패키지’를 신속히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4일 뉴스채널 뉴스네이션은 미 국방부가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미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AOR)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에는 이란을 비롯해 중동·중앙아시아·남아시아·북동아프리카 21개국이 포함된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 1주일. 미국이 이란에 대한 무력 공격을 준비 중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란 공격은 지정학적으로도 쉽지 않은 미션이다. 미국의 앞마당 격인 중남미와 중동은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다르다. 자칫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이 개입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이란은 협곡·도심이 얽힌 복잡한 지형이라 공격이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사태에 개입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외부 위협이 있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거론한다. 호르무즈는 중동산 원유 수출 선박이 드나드는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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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무력 개입할 명분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이란은 UN 회원국이자 중동 핵심 국가 중 하나다. 마약 밀매 등 범죄를 명분 삼아 공습한 베네수엘라 사례와 다르다. 미국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했거나, 국제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확한 법적 판단 없이 (내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개입한다면 국제법상 ‘내정 불간섭’ 소지가 있다.

다만 정치인의 진짜 의중을 파악하려면 입(말)이 아니라 발(행동)을 봐야 한다. 로이터는 14일 미군이 카타르 기지 일부 병력에 떠나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을 앞두고도 역내 미군 기지 곳곳에서 병력을 대피시켰다.

장지향 센터장은 “트럼프는 2기 집권 후 이란 공습, 유럽 압박을 비롯해 최근 베네수엘라 공습까지 성공한 경험만 갖고 있다”며 “선전선동에 능한 트럼프가 이란 공습을 앞두고 성동격서(聲東擊西·적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허점을 만든 뒤 타격)식 기만 전술을 펼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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