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가유산청 “종묘 영향평가 1년 내 완수 추진…서울시, 반드시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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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종묘 앞 세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협약 가입 당사국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불명예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시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주변 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대립해온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이행을 재차 요구했다. 서울시가 평가 이행을 수용한다면 관련 행정절차를 최소화해 가능한 한 1년 내 마무리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국가유산청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취지와 의의, 절차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허민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을 반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개발을 도모하는 전략적 조율 도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유네스코 측 영향평가 요청을 공식 전달했음에도 서울시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그간 서울시는 종로구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해당 지역은 종묘 사적 범위(반경 100m)를 벗어나 있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가유산청이 추진하는 세계유산특별법 시행령 재개정 역시 중복·과잉 규제라면서 반발했다.

세운 4구역과 종묘 일대 모습. 뉴스1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 재개발을 관련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세운4구역 부지에서 관계자들이 대형풍선을 설치하고 있다. 이 풍선은 부지 개발 관련 조망 시뮬레이션을 위해 설치했다. 연합뉴스
반면 이날 간담회에서 김충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계유산 주변 개발 때 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라면서 “평가가 지연되는 사례는 있어도 거부하거나 수행하지 않는 건 전쟁·재난 등 예외적인 상황 외에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따지는 국내법적 근거와 무관한, 세계유산 협약 당사국의 의무라는 지적이다.
이윤정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정책과장은 “종묘 같은 경우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서울시가 받기만 한다면 1년 내 영향평가가 완수될 수 있게 행정절차를 통해 돕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불응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시행령 재개정안이 공포되는대로 국내법적 절차로도 압박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종묘에 대한 영향평가를 거부하는 한편 관계기관 조정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에도 소극적인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영상회의를 통해 현 상황을 공유하며 “슬기로운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김지홍 한양대 ERICA 건축학부 교수는 “올해 우리가 (부산에서)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하는데,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관리에 관한 의결을 하는 위원회의 의장국으로서 본국 유산에 대한 이 같은 태도가 국제사회 신뢰를 추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종묘 앞 세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KTV를 통해 생중계된 간담회에서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해당 유산을 보유한 지역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허민 청장은 “모든 사업이 대상인 것도 아니고, ‘사전검토 제도’를 통해 유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확인되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근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가 국가와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총 16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언급 대신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해 관계가 갈리는데, 서울시가 평가를 이행한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 조율하겠다”고 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HIA, Heritage Impact Assessment)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둘러싼 개발 행위가 유산의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 및 여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 부정적·긍정적 영향이 모두 평가되며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완화책 마련을 포함한다. 2011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관련 지침을 발표한 이래 국가별 상황에 따라 제도 도입을 권고해왔고, 2023년 사실상 의무 사항이 됐다. 국내에선 2019년 공주 제2금강교 건립을 위한 영향평가가 처음으로 이뤄졌고 해남 대흥사 호국대전 건립, 공주 마곡사 금어원 건립 과정에서도 평가가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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