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낮엔 선거 업무, 밤엔 시어 다듬어요"…두 번째 시집 낸 선관위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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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 이효순(56) 선거2계장. 이 계장은 최근 두 번째 시집을 냈다. 필명 '이서란'으로 펴낸 시집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엔 모두 64편의 시가 실렸다. 사진 이효순 계장
이효순 계장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 출간
낮에는 딱딱한 선거법 용어를 주고받는 영락없는 ‘늘공(직업 공무원)’이다. 밤에는 머리를 쥐어짜며 시상(詩想)을 노트에 끄적인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는 이효순(56) 선거2계장(6급) 얘기다.
이 계장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필명 ‘이서란’으로 펴낸 시집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엔 모두 64편의 시가 실렸다. 위탁 선거와 정당 정치자금 업무를 보는 그가 퇴근 후 틈틈이 쓴 작품을 모았다. 2012년 첫 시집 『별숲에 들다』 이후 13년 만의 신작이다.
이 계장은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첫 시집이 등단 이전에 감정에 기대 쓴 글을 묶었다면, 이번 시집은 시간을 두고 계속 다듬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시집 출간 이후 서울 문단을 중심으로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시집 해설을 맡은 김정수 시인은 “부분과 전체가 비가시적인 끈으로 연결돼 삶과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킨다”고 했다. 추천사를 쓴 문효치 시인은 “생명의 심오한 관찰에서 발아되는 언어로 직조돼 있다”고 평가했다.
1989년 공직에 발을 디딘 이 계장은 2021년 문예지 《미네르바》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미네르바문학·청사초롱문학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학 전공은 문학과 무관한 유아교육학이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 이효순(56) 선거2계장이 필명 '이서란'으로 펴낸 시집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 표지. 사진 이효순 계장
투표 독려곡 작사…팟캐스트 진행하기도
이 계장은 “시가 어느 날 갑자기 왔다”며 시를 쓰게 된 운명적 순간을 털어놓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홀로 사막에 툭 떨어진 것 같았다”며 “그때 처음 쓴 시가 〈사막의 꽃〉이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30년 넘는 공직 생활 내내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면 밤잠을 설쳐가며 시어로 다듬었다. 시집 표제작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도 그런 치열함으로 완성됐다. “수시로 싹이 트며 / 잎이 나는 번개가 찾아올 때마다 / 몸서리쳐지는 어둠 / 천둥은 난폭한 그의 언어였다 (중략) 꺾인 허리를 단단히 곧추세웠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 계장은 ‘창의적인 선관위 직원’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 군산시 선관위 재직 시절, 국악 버전 투표 독려 곡인 ‘아름다운 선거’ 가사를 써 화제를 모았다. 당시 팟캐스트 형식의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선거법을 영화나 오행시로 풀어내는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이 계장은 “시를 쓰다 보니 아이디어가 남들보다 잘 떠오른다”며 “어려운 선거법을 시민에게 어떻게 하면 공감 가게 전달할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에도 시적 감수성이 녹아들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유행을 타는 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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