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나 친구랑 싸웠어"…'진상&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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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가족에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고민은 챗GPT에 털어놓는 편이에요. 내 감정에 대해 공감도 해주고,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분석까지 해주니까 순간 올라오던 감정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대학 졸업을 앞둔 김동은(24)씨는 최근 챗GPT와의 고민 상담이 꽤 만족스러웠다. 김씨 주변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적인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메신저에선 “내가 챗GPT한테 물어봤는데”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와의 상담은 20대에겐 뉴노멀이다.

b.트렌드

4명중 1명이 쓴다...‘감정의 거울’ 된 생성형 AI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하는 20대(19~29세) 4명 중 1명(24.5%)은 AI를 통해 심리 상담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AI는 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 초반 사이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의 고민상담 창구가 됐을까. 우선 치열한 학업 스트레스에 이어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심리적 압박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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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하는 20대 4명 중 1명은 AI를 통해 심리 상담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지 AI 생성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32.9% 증가했는데 10대부터 30대 청년층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대학생 곽서현(23)씨는 “모두가 취업이 안 돼서 고민인데 주변에 내 얘기를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차라리 챗GPT에게 물어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물론 학교에서 운영하는 정신상담 프로그램도 있지만, 취업·건강·연애 같은 가벼운 일상 고민을 들고 가기엔 부담스럽다. 사람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할까 봐 걱정되는 사소하고 민감한 고민도 AI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도 20대가 꼽는 장점이다.

고가의 전문 심리 상담 비용이 부담스러운 청년층에게 챗GPT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대안이다. 여기에 낮은 진입 장벽도 한몫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심리적 문턱을 느끼는 이들에게 AI는 훨씬 접근하기 쉬운 창구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 제약 없이 즉각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어, 상담 예약이나 친구의 답장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도 AI 상담이 늘어나는 이유다. 심리상담 AI 분야 전문가인 미국 조지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희윤 교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사회적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Z세대는 전문가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감정을 기록하고 객관화하려는 ‘메타센싱(meta-sensing)’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AI가 ‘감정의 거울(emotional mirror)’ 역할을 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감정 드러내면 ‘하수’...감정 관리도 역량

최근 눈여겨볼 점은 Z세대가 ‘감정 관리’를 나의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왜 이들은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게 됐을까.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2026』은 “요즘 직장인들은 감정을 드러내면 하수라는 인식이 있어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쿨함을 유지해야 고수 취급을 받는다”며 “젊은 세대에게 감정을 드러냈다가 ‘진상’이란 비판을 받기 십상이기에 부정적인 기분이 되는 상황을 피한다”고 분석했다. 곽씨는 “취업준비 기간이 힘든 건 맞지만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면접에서 역량 발휘를 하지 못하는 등 결국은 내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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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정가이드 앱 무디. 고민이나 불편한 감정에 대해 공감과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화는 일정 개수 이후 유료로 결제해야 한다.

20대를 타깃으로 한 ‘웰니스 앱’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꼬마 눈사람 캐릭터가 등장하는 AI챗봇 ‘무디’가 대표적이다. 무디 앱을 실행하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여러 개 등장한다. ‘인간관계, 지침, 그저 그런’ 세 개의 단어를 선택하면 채팅창이 열리고 “오늘도 힘을 많이 썼구나. 그래서 좀 지쳤겠어”라며 위로를 건넨다. 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입력하자 “그건 네가 그 일에 애정이 있다는 뜻이야. 글을 쓸 때 가장 잘 떠오른 순간이나 장소가 있을까?”라면서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나간다. 꾸준히 기록을 쌓다 보면 감정의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기분전환을 위한 간단한 퀘스트도 제안한다. 전화나 대면보다 텍스트 입력이 편하다고 느끼는 Z세대에게 AI챗봇과의 대화는 친구처럼 편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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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관리 앱 사용자 수는 2023년 50만명에서 2025년 상반기 200만 명으로 상승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기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앱 사용자 수는 2023년 50만명에서 2025년 상반기 200만명으로 늘었다. 무디 뿐만이 아니라 하루콩(블루시그넘)·마음정원(하이)·콰블(뮤즈라이브)·그린메이트(코지메이커스)·마인들링(포티파이) 등 다양한 앱이 시장에 나와 있다. 하루콩의 경우 유료 서비스임에도 지난해 전 세계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허들 낮춘 건 장점, 치료로 여기는 건 ‘금물’  

전문가들은 감정관리 앱의 낮은 허들을 장점으로 꼽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I가 전문적 진단 능력이 부족하여 잘못된 조언(환각 현상)을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정서적으로 취약한 10대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도 있다. 미국에선 2024년 ‘캐릭터.AI’를 사용하던 10대 청소년 수웰 세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4월엔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16세 애덤 레인이 챗GPT와 대화 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미국 일부 주에서는 심리 치료를 목적으로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 서비스는 정식 정신건강 치료를 위해 훈련된 도구가 아니다”라면서 AI가 치료를 제공한다고 오인되는 상황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디까지나 대면 상담, 전문 치료, 정신건강의학과 등 심리 치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다. 이 교수는 “최근 흐름은 ‘정신건강 관리의 민주화’와 ‘디지털 접근성의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기술의 한계와 위험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자료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삼정KP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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