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K팝이 놓친 태릉 인재…3번째 올림픽 앞둔 차준환의 '중꺾마'
-
8회 연결
본문
피겨 프린스라 불리는 차준환. 다음달 개인 3번째 올림픽에 출전한다. 김성룡 기자
‘피겨 프린스’ 차준환(25·서울시청)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97.46점, 예술 점수(PCS) 87.28점을 합쳐 184.74점으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6위에 그쳤던 그는 프리에서의 선전으로 시즌 개인 최고점인 총점 273.62점을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한 미우라 가오(일본)와는 불과 0.11점 차였다.
이날 차준환은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이하 로꼬)’에 맞춰 은반 위를 누볐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기존 곡 ‘물랑루즈 OST’ 대신 전격 교체한 승부수였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전설적 가수 밀바가 부른 버전으로, 차준환에게 하얼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안겨줬던 음악이기도 하다.
강렬한 연기를 펼치는 차준환. AP=연합뉴스
순백의 의상을 입고 왕자처럼 등장한 그는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 등 고난도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지난 시즌의 연기가 열정적이었다면, 다시 들고 온 ‘로꼬’는 담담하면서도 애절한 선율로 관객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최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차준환은 “영화 물랑루즈를 수차례 감상했지만, ‘로꼬’가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 판단했다”며 “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정서도 어느 정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쇼트 프로그램 곡 ‘Rain, In Your Black Eyes’의 작곡가 에지오 보소 역시 이탈리아 출신이다. 일리아 말리닌(미국) 같은 고난도 기술자와 정면대결하는 대신, 쿼드러플 점프 횟수를 조절하되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올림픽 예행연습에서 적중한 셈이다.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딴 차준환. AFP=연합뉴스
화려한 성적 뒤엔 눈물겨운 사투가 있었다. 2018 평창 15위, 2022 베이징 5위를 거치며 한국 피겨의 역사를 써온 그는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역대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발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 부츠 탓에 무려 11켤레를 갈아 치워야 했다. 기계와 수작업 공정을 거치며 미세하게 달라진 사이즈와 발볼 압박이 문제였다.
그는 “부츠를 테이프로 묶고 깔창을 4개나 깔아보기도 했고, 해외 대회 중 급하게 부츠를 조달한 적도 있다”며 “감각이 생명인 종목인데, 점프를 위해 발목을 쓸 때 스케이트 안에서 발가락의 위치조차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 상태가 악화돼 발등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새 부츠도 3일만 지나면 외형(Shape)이 무너져 발목을 지탱하지 못하고 꺾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차준환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말로 요약했다. 어렵사리 발에 맞는 부츠를 찾은 그는 사진 촬영 중에도 마치 보물처럼 부츠를 품에 꼭 안아 보였다.
아이돌처럼 훈훈한 외모의 차준환. 김성룡 기자
평소 블랙핑크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아이돌 같은 외모로 ‘K-팝이 놓친 태릉의 인재’라 불리는 차준환. 초코파이 광고 모델과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연기에 도움을 얻고자 시작한 피겨의 자유로움과 강렬함에 매료돼 선수의 길을 택했다.
그는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역 배우를 하다 전향해 못다 한 꿈이 있다. 은퇴 후 기회가 된다면 배우에 도전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2001년생인 그는 4년 뒤인 2030년 올림픽 때도 만 28세에 불과하다. 차준환은 “미래는 아직 까마득하기에 일단 밀라노 올림픽에만 전념하겠다”면서도 “은퇴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용기를 갖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