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주애 앞에 세운 김정은, 북한 “향도의 위대한 분들”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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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항공륙전병부대(공수부대)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쌍안경으로 훈련을 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였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평양 인근 강동종합온실 준공식 참석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의 ‘향도’(嚮導)는 북한에서 주로 최고지도자나 조선노동당을 수식할 때 한정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김정은뿐 아니라 주애까지 수식의 대상에 포함한 것일 수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과 주애의 소식을 보도하며 세 차례에 걸쳐 ‘향도’ 표현을 사용했다. “위대한 향도자, 창조자이신 김정은 동지” “위대한 당중앙의 향도 아래”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는 대목이다. 영문으로는 이를 “The great persons of guidance”라고 번역했다.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복수의 주체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향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애까지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해당 표현이 김정은과 주애를 지칭한다면, 주애를 향도자 반열에 올리는 첫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부녀의 항공육전병(공수부대) 훈련 지도 소식을 전한 같은 날 통신 보도에선 주애가 김정은보다 앞에 서서 망원경으로 공수부대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도 공개됐다. 북한 보도에선 김정은이 아닌 인물이 정중앙에 단독으로 나오도록 사진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주애가 김정은처럼 망원경까지 들고 부대를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관영 매체 보도에서의 존재감, 언급 순서, 존칭, 의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 내에서도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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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전용차 ‘아우루스’를 이용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이 민생과 안보 현장을 가리지 않고 주애를 대동하는 것도 주목된다. 김정은이 경제 관련 공개 활동에 주애를 데리고 나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북한 내부에서 여성 지도자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민들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김주애를 여러 현장에 대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11살에 불과한 주애를 마치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처럼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건 내부 불안정에 따른 조바심의 발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정은은 강동종합온실 방문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고급 방탄 승용차 ‘아우루스’를 탔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탑승한 아우루스는 경호 차량 여러 대의 호위를 받으며 텅 빈 도로를 달리다 현장에 도착했고, 김정은은 딸 주애와아우루스에서 내렸다. 아우루스의 정면과 차량 번호판 일부까지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한 영상도 공개했다.

김정은이 ‘새로운 형제국’ 러시아와는 밀착을 강조하는 한편 ‘전통적 형제국’ 쿠바와는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16일 쿠바 대통령실 SNS와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마철수 주쿠바 북한 대사가 전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접견해 귀임 인사를 했다. 마 대사는 2018년 부임해 임기를 채운 측면이 있지만, 한국과 쿠바가 수교한 직후 이뤄지는 대사 교체라 문책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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