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카이치 '개헌의석' 현실 코앞…트럼프는 “다카이치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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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열풍이 일본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이지만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오는 8일로 다가온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을 넘어 전체 의원 수 3분의 2에 달하는 ‘개헌 의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세계 제2차대전 패전 후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선언했던 일본이 ‘헌법 개정’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는 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8일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지방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6일 막판 총선 판세 조사(3~5일·35만6000여명 대상 인터넷·전화)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가 이번 선거에서 전체 중의원 의석(465석) 가운데 3분의 2 수준인 310석(개헌 의석) 이상을 넘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자민당의 약진이다. 불과 2년 전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치른 2024년 중의원 선거 때만 하더라도 연립 여당이 과반(233석)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훌쩍 넘겨,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 의석(261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가 현실로 이뤄지면 다카이치 총리는 예산위원회 등 중의원의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직을 독점할 수 있고, 각 상임위원회 의석을 절반 차지해 정권 장악력을 높이게 된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이 단단해진다는 의미다.
지난 5일 일본 시민들이 오는 8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개헌 의석 확보 여부다. 일본은 양원제이지만 중의원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해 가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힘입어 이번 총선에서 일본유신회와 자민당이 개헌 가능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치사에서도 손을 꼽을 만큼 드문 거대 여당 탄생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정치학자인 마키하라 이즈루(牧原出) 도쿄대 교수는 자민당 압승 전망에 대해 “중도 세력이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 속에서 자민당으로 표가 모이고 있지만, 자민당의 신뢰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 후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안보 3문서 개정이나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재검토를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국회 운영은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원활히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관저를 충분한 팀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국운영을 어렵게 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일찌감치 다카이치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오랜 숙원이자 공약이다. 지난 2일 지방 유세에서도 그는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 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하게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스승’으로 부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역시 2차 집권 당시 자위대 명기를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한 바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해선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전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가 가능한 데다, 국민투표를 해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내야 해서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적어도 다음 참의원 선거까지는 발의가 불가능하지만,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확보하면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스카 미군 기지를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판세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압승을 목전에 둔 다카이치 총리를 돕는 우군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일본 중의원 선거를 언급한 그는 “이 선거 결과는 일본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며 다카이치 총리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녀와 그녀의 연합(연립여당)이 하는 일에 대해 높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일 당시 다카이치 총리의 환대는 물론, 미·일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일본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영광스럽게도 그녀와 매우 존경받는 연합이 대표하는 바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도 했다. 3월 19일이라는 미국 백악관에서의 정상회담도 직접 밝혔다.
전례 없는 지지 선언에 일본 정부는 말을 아꼈다.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내정간섭 우려 때문에 외국 선거에 특정 입장을 피해왔다”면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지지 선언에 이어 17분 만에 재차 글을 올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를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오르반 총리는 오는 4월 12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차준홍 기자
日 정치학자 “최초 여성총리 요인, 지지 기반됐다”
‘다카이치 선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인기를 중심으로 치러지게 된 이번 중의원(하원) 선거를 일본 정치학자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자민당의 압승 전망 속에서 정치학자인 마키하라 이즈루(牧原出) 도쿄대 교수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어봤다. 그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일본이 새로운 정치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우와 온건·보수, 온건 리버럴(진보), 극좌의 4개 덩어리(블록)으로 점자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정치구도 재편 가운데서 벌어진 자민당 압승 전망을 냉정하게 봐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도 세력이 신뢰를 아직 얻지 못한 상황 속에서 자민당으로 표가 모이고 있지만 자민당의 신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자민당이 2024년과 같은 상황에 다시 놓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자민당이 소수여당으로 전락한 것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자금규정법 개혁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비자금 연루 의원을 당선시키고, 지지기반으로 삼는 다카이치 총리에겐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대해선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요인이 지지 기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보수층의 결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비핵3원칙, 안보3문서 개정과 같은 안전보장 정책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참의원(상원) 심의를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라고 전제한 뒤 “국회 운영은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원활히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당이 참의원에서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 다카이치 총리가 관저를 ‘팀’으로 만들지 않고 ‘톱다운’ 형태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선거 이후의 다카이치 정권이 이끌어갈 한·일 관계에 대해선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일 갈등 속에서 한·일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일본의 전략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을 앞세워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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