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홍길동전' 쓴 미식가 허균, 유배지에서 그리워한 최고의 맛[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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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맛
김풍기 지음
글항아리
『홍길동전』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허균이 요리와 음식에 관한 책도 지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허균은 유배지인 함열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과거에 자신이 맛보았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언젠가 그리운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1611년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책을 썼다. 허균은 그 서문에 “어릴 때부터 온갖 진귀한 음식을 맛보았고 벼슬길에 나선 뒤로도 맛난 고기든 아름다운 꽃부리든 씹어 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기술했다.
『도문대작』은 비교적 짧은 글인데 음식이나 식재료 하나의 표제에 짧은 정보나 단편적인 기억을 메모처럼 써놓았다. 이 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허균의 맛』이란 책을 낸 지은이는 허균 연구자인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다. 허균과 김 교수는 둘 다 강릉에서 태어났다.
귀양지에서 허균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음식이 외가 강릉 해변에 지천으로 많은 방풍을 넣어 끓인 죽이다. 허균은 “방풍죽은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라고 소개했다.
『도문대작』에는 방풍죽 외에도 각종 떡, 과실류, 특산물, 날짐승과 길짐승, 수산물, 푸성귀 등 많은 식재료와 음식이 차려져 있다. 죽실, 곰 발바닥 요리 웅장, 표범의 태 요리, 사슴 혀 녹설과 사슴 꼬리를 절인 녹미, 꿩으로 만드는 고치 등 특이한 음식도 눈길을 끈다. 얼린 숭어, 봄의 전령인 웅어, 한강의 복어, 크기가 강아지만 하다고 했던 삼척 대게, 마유포도, 금린어, 길섶의 잡초인 여뀌 등에 얽힌 추억과 사연도 실었다. 차수, 웅지정과, 화복, 누치, 하돈, 제곡, 강요주, 황화채, 동과, 산개저, 곤포, 조곽, 해의 등 다양한 조선 팔도의 음식 족보가 한 상 가득 올라와 있다. 17세기 한반도의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허균의 맛』 지은이는 허균 시대와 지금의 음식을 다양하게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문화코드를 발굴한다. 음식문화사인 이 책은 음미해 볼수록 깊은 맛이 난다. 『도문대작』의 우리말 번역본과 한문 원문도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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